[우정이야기] 우표 디자인의 혁명, 나만의 우표
2007 03/27   뉴스메이커 717호
    ‘세상에서 가장 작은 화폭’.
    우정사업본부 이기석 우표디자인실장에게 있어 우표는 영락없는 화폭이다. 가로 세로 3㎝도 채 안되는 작은 공간에 예술적 아름다움과 발행 우표의 성격을 함께 담아야 한다. “한국의 강 시리즈 우표에 맞는 상징적 그림은 무엇일까. 어떤 모양으로 나타내는 게 좋을까.” 이 실장의 머릿속에는 늘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일반인들에게는 생경하지만, 우표 발행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직업인 `우표 디자이너의 숙명인 셈이다.

    우표에서 디자인이 바뀌면 기능도 달라진다. 상품성이 중요한 우표는 가볍고 예쁘게, 정통성을 나타내야 할 우표는 권위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다. 어린이헌장 선포를 기념하는 우표의 디자인이 무겁고 칙칙하다면, 국채보상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우표가 상업적 느낌을 준다면 어색할 수밖에 없다. 우표에서 디자인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디자인은 때때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통상의 관념을 깬 파격적 디자인이 시장에서 히트하는 경우는 우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우표디자인의 혁명적 발상의 전환, 그 산물이 ‘나만의 우표’다.

    우표는 민간의 입장에서 볼 때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국가기관에서 발행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집할 뿐, 우표의 모양을 내가 바꾼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민간의 참여를 끌어들이자 그 순간 우표의 세계는 한없이 넓어졌다. 나만의 우표 아이디어는 사실 단순하다. 흔하디흔한 고객 맞춤형의 개념을 우표에 도입한 것뿐이다. 우표 옆에 일정한 여백을 만들고, 이곳에 고객이 원하는 모든 내용물을 넣어주는 것이다.

    2001년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되자, 결혼·생일·아기 돌 사진을 넣어달라는 가족 주문에서부터 군대 간 남자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겉봉에 붙이려고 하니 섹시한 사진을 넣어 만들어달라는 주문에 이르기까지, 숱한 사연들이 우체국에 쏟아졌다. 한 해 평균 주문건수는 약 10만 건, 발행량은 30만 장 가량 된다는 게 김재홍 실장의 전언이다. 개인의 특별한 추억을 위해서인 만큼 한 건당 주문량은 고작 3장에 그치는 셈이다.

    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종종 나만의 우표를 대량 생산한다. 2005년 전주시는 비빔밥과 전주향교 등 3가지 테마를 담은 ‘전주 우표’를 제작해 홍보용으로 사용했고, 서울 중구청은 중구의 심벌마크, 축제, 문화재 등을 담은 우표를 주문·제작해 구청장 서한문, 초청장 등에 사용한 바 있다. 전북 정읍의 고부초등학교는 지난해 8월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나만의 우표를 14장짜리 100세트 주문 발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가장 히트한 것은 배용준 사진을 담은 나만의 우표. 한류열풍에 착안해 만든 이 우표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돼 15억 원의 국고수입을 올려주기도 했다. 나만의 우표가 인기를 끌다보니 불법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 충남 금산에서 군수선거에 나온 한 후보는 나만의 우표를 제작해 선거구민에게 보내는 편지에 붙였다가 선관위에 적발되기도 했다.

    오랜만에 나만의 우표 새 디자인이 출시됐다. 해바라기와 클로버, 황금돼지 등 3종. 지난해 1종이 나온 뒤 처음이다. 고객 사진 옆에 고정돼 있는 우표의 디자인을 1년 만에 바꾸는 것이다. 종전 것보다 가로를 줄이고 세로 길이를 조금 길게 해 고객 사진이 돋보이도록 디자인됐다. 주문을 원하는 사람은 우표에 담고 싶은 사진 등을 가지고 우체국을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최초 1장 찍는 데 4300~7500원, 형태에 따라 값이 다르고 물량이 많을수록 싸진다. 새 디자인 출시에 맞춰 5월 20일까지 이벤트도 열린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종탁  jtlee@kyunghyang.com〉




    [우정이야기] 장롱 속 우표’ 팔 수 있다면
2007 07/24   뉴스메이커 734호
    “초딩 때 사 모은 거 400~500장 있는데 팔고 싶지만 어디에 내놓아야 하는지 알 수 있어야지.”
    “50~60년 전에 모아놓은 것 우표가 있는 데 어디에 팔 수 있나요?”

    2주 전 ‘우표 수집이 촌스럽다?’란 제목의 우정이야기 기사가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의 초기 화면에 오르자 네티즌들이 단 댓글이다. 우표 수집의 추억을 더듬는 글도 더러 있었지만, 아무래도 옛날 우표를 팔 방법을 묻는 글이 많았다. 진정한 우취인이라 자부하는 사람들에겐 못마땅할지 모르겠으나, 보통사람이 우표의 환금성(換金性)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사실 주인의 무관심 속에 수십 년간 방치돼온 ‘장롱 속 우표’들이 그렇게 해서라도 우취 세계로 나온다면 그게 더 바람직한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번 기회에 우표를 사고파는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먼저 지난해 12월 우정사업본부에서 구축하고 우편사업지원단(KOVIX)이 운영하는 우표포털 K-stamp(www.kstamp. go.kr)를 들 수 있다. 이곳 우표장터 코너에 가면 ‘우표 팝니다’와 함께 ‘우표 삽니다’란 메뉴가 있다. “기차 시리즈 우표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 구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취임기념 전지 우표 구합니다. 사진과 함께 원하는 가격을 메일로 보내주세요” 등의 글들이 올라 있다. 조회 수가 900~1000회가량 되는 것으로 보아 관심을 보이는 잠재적 원매자(願買者)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우표·화폐 판매업체인 우문관(new.woomoon.com), 우표사랑(stamplove.co.kr)에서도 개인이 가진 우표를 매입한다. 우문관은 “한국우표 미사용 엽서, 증정용 시트, 실제봉피 등을 매입한다”고, 우표사랑은 “소장품의 원활한 환금성을 위해 미사용 국내우표를 매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들 사이트에서도 ‘사자’보다 ‘팔자’가 많다. 강콜렉션경(www.kstamp. co.kr)에는 최근 5문전지 문위우표가 시작가 3330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고, 옥션(www.auction.co.kr)에는 1만 원 미만의 가격에 매물로 나온 우표가 즐비하다.

    여기만 보아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우취인들의 커뮤니티를 찾아가 상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표를 사랑하는 사람들(cafe.naver.com/philatelyst), 우표와 관광인모임(cafe.naver.com/rcsik) 등의 카페에서 우표 매매의 흐름과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

    지난주 우취인들의 관심은 새로 나온 70원권 보통우표 ‘홍월귤’에 쏠렸다. 70원권으로는 1995년 이후 13년 만에 교체되는데다 소재로 쓰인 홍월귤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홍월귤은 설악산에 1종, 북한 백두산과 개마고원에 각 1종씩 3종밖에 없는 멸종위기 야생식물이다. 한국의 고유 식생이 보통우표에 담긴 셈이다.

    보통우표는 특별한 사건이나 행사를 기념해 내는 1회성의 특수우표와는 달리 한 번 발행하면 인쇄판이 부식될 때까지 두고두고 찍어내는 우표다. 그러다 보니 광복 이후 지금까지 발행한 보통우표를 모두 합쳐야 650여 종에 불과하다. 지금도 10원짜리부터 2000원짜리까지 15종의 보통우표를 발행하고 있으나, 통상우편요금 250원을 초과하는 우편물에만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 발행물량이 많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제작과정은 기념우표 못지않게 까다롭다. 1000원권 이하는 동·식물을 소재로 하는 게 관례. 적합한 소재를 찾은 다음 관련 학자의 자문과 고증을 얻어 디자인을 하는 데 보통 3개월이 걸린다. 우정사업본부 우표디자인실 이기석 실장은 “보통우표의 경우 시각적으로 예쁘면서 내용상 흥미로운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자료조사 및 학술적 고증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종탁  jtlee@kyunghyang.com〉




    [우정이야기] 세계 수집가들이 탐내는 ‘톱5 우표’
2007 07/24   뉴스메이커 737호
    새 우표가 나오면 일간 신문은 기껏해야 한 줄짜리 기사로 보도한다. 손톱 크기만한 사진과 한 문장으로 끝나는 기사. 그나마도 독자의 눈을 끌 만한 얘깃거리가 있을 때 그렇다는 것이고, 웬만해선 무시되기 십상이다.

    이런 관행에 비춰보면 지난주 발행한 삼각 우표는 언론의 특별 대접을 받은 셈이다. 모든 신문이 큼직한 사진과 함께 최소한 2단 이상 상자기사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우표는 사각형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국내 처음 세모 모양으로 나왔다는 점, 우표를 햇빛에 쬐면 평소 안 보이는 5문(五文), 10문(拾文)이란 글자가 나타나도록 고안했다는 점이 흥미를 끈 것이다.

    5문, 10문은 1884년 발행한 한국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의 종류다. 당시 화폐단위가 문(文)이어서 문위우표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니까 이번 삼각우표는 한국 최초의 우표를 디자인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이기석 우표디자인실장은 “문위우표의 모형을 삼각 우표 속에 집어넣어 ‘최초 우표 속의 최초 우표’라는 개념을 실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삼각우표가 이번에 빅 히트를 했지만, 언제까지 명성을 유지할지는 알 수 없다. 우표는 보기에 아름답다거나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해서 값어치가 더 나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희소가치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세계 우표수집가들이 손으로 꼽아 ‘톱 5’라 할 만한 우표는 모두 현존하는 실물이 극소수에 불과한 것들이다. 우선 지금까지 가장 비싼 값에 거래된 스웨덴의 트레스킬링 황색우표를 보자. 이 우표는 스웨덴이 1885년 처음 발행하면서 청색이어야 할 3실링짜리 우표의 바탕색을 일부 황색으로 잘못 인쇄했다. 그렇게 인쇄 오류가 난 우표가 몇 장 발행됐는지 당국은 파악하지 못했으나, 전해지는 것은 딱 한 개다. 그러니 값이 천정부지다. 1990년엔 100만 달러, 1996년엔 200만 달러에 거래되는 등 시장에 나올 때마다 세계 우표가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제작 실수로 진기명기가 된 또 다른 우표가 1918년 미국에서 나온 인버티드 제니(Inverted Jenny)다. 제니라는 비행기를 소재로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거꾸로 그린 우표를 100장 발행한 것이다. 이를 회수하기 위해 당국은 몇 년을 두고 추적했으나 우표수집가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다 2005년 10월 4개짜리 한 묶음이 297만 달러에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매입자는 미국 월가의 채권 황제인 빌 그로스. 그는 이 우표를 손에 넣자 곧바로 우표판매회사와 접촉해 미국산 Z그릴 우표와 맞바꾸는 세계적인 빅딜을 했다. Z그릴 우표는 1867년 미국 건국 초기의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을 모델로 해 발행한 것으로 딱 2개만 전한다. 하나는 뉴욕 공공도서관에 있고, 남은 하나를 그로스가 챙긴 것이다. 이 우표들은 올해 10월까지 미 우편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영국의 식민지 가이아나에서 1856년 발행한 마젠타 우표도 딱 한 장 남아 있다. 화학재벌인 듀퐁가의 후손이 미화 93만5000달러에 매입했으나 그가 1997년 올림픽 레슬러인 데이브 슐츠를 살해해 3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어서 현재 은행 금고에 보관돼 있다.

    모리셔스에서 1847년 발행한 블루 페니(Blue Penny)도 세계 수집가들이 탐내는 우표다. 영국 식민지 중에서 처음 발행한 우표라는 점, 초기에는 글자가 잘못 인쇄됐다는 점 때문에 가치가 높다. 당시 모리셔스에서 누가 우표를 사용했을까. 주로 총독 부인이 무도회 초대장을 보내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몇 장이 남았는지, 얼마에 거래됐는지 전하는 바가 없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종탁  jtlee@kyunghyang.com〉




    [자료출처] 뉴스메이커 newsmaker.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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