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가 단순한 돌섬이 아니라 생물이 사는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기획했는데 갑자기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돼서 디자인실 식구가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이기석 우표디자인실장은 “친구, 친지 등 독도 우표 좀 구해달라는 전화와 격려전화로 디자인실은 몸살을 앓고 있다”며 사실 자기 자신도 아직 한 장도 못가지고 있다고 고백한다. 일반인의 수요에 맞춰 우체국직원들의 구입은 유보됐기 때문이다.
덕분에 4종류로 발행된 독도 우표는 전국우체국을 통해 시판 3일만에 총 224만장이 다 팔렸다.
이 실장은 “이번에 발행된 독도우표는 지난 54년, 2002년에 발행했던 형상위주의 독도우표와는 달리 독도가 ‘살아있는 섬’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안에서 자생하는 동ㆍ식물을 표현한 우표발행은 한국인으로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만든 작은 우표하나가 독도, 나아가 한국국토에 대한 관심을 되새길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우표디자이너들은 우표속에 담긴 메시지가 여러나라,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는 보람과 긍지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꼬마 외교관’이라는 별명처럼 우표는 나라마다의 독특한 문화, 예술, 인물, 행사, 동식물 등을 통해 나라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문화상품이다.
나라의 메시지 담아 전하는 '꼬마 외교관'이 실장은 “우표 디자인을 하다보면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국가가 우선순위”라며 “특히 정부수립부터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중요한 행사 등이 모두 반영되는 나라의 기록매체이니만큼 현지답사는 물론, 각계 전문분야의 최고권위자들의 철저한 자문과 고증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새 그림을 하나 그려도 머리, 몸통, 꼬리의 비율이 맞아야 하는 것은 물론 계절마다 털의 색이 다르다는 것 등 소소한 사안이라고 간과할 수 있는 모두 반영해야 합니다”
11년째 우표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이기석 실장은 “우표 만드는 이의 보람은 우표가 많이 팔릴 때도, 상을 받을 때도 아니라 편지통에서 내가 만든 우표가 붙어있는 편지를 발견할 때”라고 말한다.
“독도 우표를 계기로 우표에 대해 관심이 조금이나마 생긴 것이 다행”이라며 “언젠가는 다시한번 우표가 부활할 날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한다.
편지를 쓰고 싶게 하는 우표, 마음을 담아 보낼 때 그 사연에 꼭 맞는 우표를 만드는 것이 이곳 디자이너 모두의 꿈이다.
■ 우표디자인은 디자이너의 손끝이 아니라 체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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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사업본부 디자인실 식구들. |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라도 입사 후 3년간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야 겨우 우표디자인을 할 수 있다.
디자인실 입사 1년차인 막내인 신재용씨는 ”친구들이 우표를 만든다고 하면 우체국 한쪽 귀퉁이에 앉아 모사화를 그리듯 그려내는 줄 아는 것처럼 저 역시 우표디자인에 대해 문외한 이었지만 입사 후 한국의 역사, 문화재 등에 관한 선배들의 해박한 지식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우표안에 담기는 내용은 정확성과 공신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우표소재에 관한한 보편적 지식 이상의 ‘아는 힘’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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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디자인실의 막내 신재용씨. |
신 씨는 비록 아직 우표를 그릴 자격(?)이 안돼 우표집의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오늘도 자신의 전공인 한국화를 이용한 우표를 수십가지 그리고 지우고 한다.
우표의 생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일은 주제에 따른 문헌자료 검색과 현지답사. 이것도 모두 디자이너의 몫.
우표의 주제가 정해지면 사진 디자이너를 비롯한 담당디자이너는 자료수집을 위해 분주해진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 위해 몇날 몇일 세수도 못한 채 산속에서 지내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사진디자이너 김창환씨.
하지만 그가 그렇게 고생을 하고 겨우 찍어온 사진이라고 바로 OK가 되는 건 아니다. 사진이 우표디자인의 베이스인 만큼 디자이너가 맘에 안들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갈 수 밖에 없다.
“때론 짜증도 나고 의견이 충돌되기도 하지만 우표디자인이야 말로 협력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갭을 줄여나간다”고 그는 말한다.
필요시에는 산간오지라도 언제나 달려가야 하는 이들은 이래뵈도 암반 등벽까지 못하는 게 없다.
이런 힘의 바탕은 “대한민국 우표는 내손에 달려있다는 자부심”이라고 말한다.
■ 우표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우표디자인도 시대와 함께 많은 변천을 겪었다.
95년 이전까지만 해도 아날로그식인 ‘핸드페인팅’이 주였으나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기간단축과 다양한 기법이 도입됐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컴퓨터 그래픽에서 얻기 어려운 손끝에서 오는 깊은 맛을 위해 혼합기법을 더 많이 사용한다.
작년에는 세계 우표 품평회에서 향기나는 우표인 ‘멸종위기 및 보호야생동식물 특별우표 등이 우수작으로 선정되는 등 한국우표의 품질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1, 우표발행심의: 우취, 역사, 문화,예술, 언론, 디자인 등 각계각증 대표적인 2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우표 심의위원회에서 매년초 다음 년도 발행 우표 소재선정과 발행예정 우표 심의 계획 결정한다.
2. 디자이너 선정: 결정된 주제는 성격에 따라 표현기법, 아이디어, 적성등이 검토되고 다양한 디자인 방양을 논의한다.
3. 자료수집: 각 주제에 따라 문헌자료와 검색 등 필요시 산간오지 등도 수차례 방문확인한다.
4. 외부작가 협의: 담당 디자이너와 여러차례 논의해 우표 성격에 맞는 최상의 원화 탄생. 외부작가 영입은 우표에 다양성과 신선한 기법을 도입하는 효과가 있다.
5. 천공(우표형태) 및 신기술 검토: 스케치와 아이디어 구상에 앞서 개발, 보완된 신기술 및 천공의 형태를 사전 검토해 필요시 연구개발한다.
이 과정 한국조폐공사의 인쇄 실무팀과 긴밀한 논의와 상호제안으로 우표의 세계를 다양하게 전개한다.
6. 원도 디자인(아이디어 스케치 및 채색):갖고 싶은 우표, 재미있는 우표, 아름다운 우표가 세강에 태동하기까지 디자이너는 각자의 개성있는 기법으로 본격적인 옷입히기 시작.
7. 자문(문화, 역사, 생물, 예술 등):우표원도(안)은 사실성을 검증받기 위해 우표주제에 따른 각 분야별 전문가에세 고증과 자문을 받는다.
8. 수정 및 보완: 각분야의 전문가를 통해 실증되 자료를 바탕으로 수정 및 보완. 필요시 자료수집부터 다시 수행.
9. 디자인 심의:우표원도는 평군 2개안 이상으로 작성해 우취계, 디자인계, 미술계 등으로 구성된 별도의 우표디자인심의에서 주제성격과 적합하게 표현된 디자인을 선정한다.
10. 수정 및 보완: 디자인 심의위원들의 의견과 기술적인 문제 검토
11. 우표인쇄 관계자회의: 수정, 보완된 모든 우표원화, 원도를 쌓아놓고 한국조폐공사의 인쇄관계자와 기술적인 문제점을 논희한다. 색도ㆍ인쇄판식, 새로운 기술 도입여부 등을 협의해 인쇄방식을 확정한다.
12. 우표원도 확정.
13. 우표 인쇄교정:만족스런 우표를 위해 교정과 협의는 계속되지만 최근 우수한 인쇄술로 평균 1-2차례만에 우표색상이 확정된다.
14. 우표의 탄생: 인쇄교정, 인쇄, 인쇄검사, 검수과정을 거친 예비우표가 드디어 전국 우체국을 통해 세상밖으로 나온다.
취재:최강 기자
ckang@news.go.kr
자료제공: 우표디자인실(http://psdesign.koreapo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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