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신고 있는 구두, 운동화 같은 신을 신기 전에는 옛날 사람들은 어떤 재료로 만든, 어떻게 생긴 모양의 신을
신었을까?
현재까지 알려진 신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신석기인 ‘외치’가 신
었다는 5300년 전의 가죽신[그림 1]으로 짚으로 만들어 가죽을 씌운
형태인데, 현대 신발과 모양도 비슷할 뿐 아니라 매우 잘 만들어진 신
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은 우리의 신체를 보호하는 실용적인 면을 고려하면서 신체의 장
식 또는 신분을 표시하는 도구로도 사용되었다. 이러한 신의 형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누어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장화처럼 목이 있는
신인 ‘화(靴)’다. 화는 말을 탈 때나, 활을 쏠 때 발목을 보호하기 위해
신는 신발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고무신같이 생긴, 신의 목이 없는 것으
로 ‘혜(鞋)’ 또는 ‘이(履)’라고 한다.
고구려 사람들은 기록과 고분벽화 그림으로 보아 다양한 화와 이를 신었음을 알 수 있고, 백제는 왕이 신었다는 검은
가죽신(烏革履)의 기록이 있고, 공주 무령왕릉에서는 왕과 왕비의 금동으로 만든 화려한 신이 출토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는 왕이나 왕비가 예식용으로 신은 ‘석(舃)’이라는 비단신이 있고, 일반 관리들은 관복에 ‘목화(木靴)[그림 2]’
를 갖추어 신었다. 가죽으로 만든 남자들의 평상용 신인 ‘태사혜(太史鞋)[그림 3]’는 마른 날에만 신을 수 있었고, 비가 올
때는 가죽에 기름을 먹이고, 신 바닥에 쇠로 만든 징을 박아서 만든 진신 또는 나막신[그림 4]을 신었다.
나막신은 통나무를 파내어 배 모양으로 만들고 신의 앞뒤에 굽을 달았다. 그래서 실제로 신어 보면 매우 무겁고 불편하
며, 또 걸을 때 소리가 나서 예의를 차리는 자리에서는 신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유물을 보면 굽이 닳아서 없어진 것, 굽을 고쳐서 신은 것 등이 있어서 당시 사람들은 나막신을 꽤 즐겨 신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막신을 신으면 비가 많이 오
는 여름철 빗길에서나 겨울철에는 발이 땅에 닿지 않기 때문에 발이 덜 시려서 좋았다고 한다. 유물로는 아이의 장수와 복
을 기원하며 생일 선물로 준 나막신, 신코에 무늬를 새겨 넣어서 만든 여성용 신, 투박한 남자신 등 다양하다.
사대부 여자들은 신으로 비단이나 수를 놓아서 만든 운혜(雲鞋)·당혜(唐鞋)[그림 5]·수혜(繡鞋) 등을 신었지만, 일반 서
민은 평생 혼례 때나 한번 신어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은 짚신과 미투리를 신고 생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짚신모양 토기가 자주 나오고 있는데 [그림 6]의 짚신모양 토기는 1991년 부산 동래 복천동에서 발굴
된 것으로 5세기 가야인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굽다리 위에 짚신을 만들어 올리고 그 짚신 안에 굽이 달린 잔
을 붙인 한 쌍의 토기이다. 이는 짚신을 본떠 만든 상형토기로 죽은 이의 영혼을 이승으로부터 저승으로 옮겨 간다는 의미
로 제작된 것이다.
한편 430년 전에 쓴 한글 편지와 미투리가 발굴되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일이 있다. 31세의 이른 나이에 남편을
잃은 애틋한 마음을 담은 편지에는 원이 엄마가 남편 이응태(1556~1586)의 쾌유를 빌며 삼 껍질과 머리카락을 함께 꼬
아 삼은 미투리에 관한 이야기가 써 있는데 ‘이 신 신어 보지고 못하고’ 라는 글귀가 적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찡하게
하였다.
괴나리봇짐을 지고 가는 선비의 뒤에는 항상 짚신이 줄줄이 달려 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짚신을 신었던 우리 조상들
은 먼 여행을 떠날 때면 5~6일만 지나도 닳아버리는 짚신 때문에 미리 짚신을 삼아서 준비해야 했다.
개화기 이후 양복이 도입되면서 서양식 구두가 들어왔고, 1916년경 고무신이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농한기에 짚신
을 만들어 팔던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점점 고무신의 수요가 늘고 공장이 생기면서 짚
신은 상례용으로만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 중 가장 최초로 고무신을 신은 사람은 누구일까? 기록에 의
하면 창덕궁에 유배되어 있던 순종 임금이 최초로 신었으며, 하얀 고무신을 즐겨 신었다고 한다. 또한 순종의 아우였던
의친왕은 대륙고무의 광고 모델로 등장하기까지 했다
그 후 산업화와 함께 양복이 일상복으로 자리 잡고 한복은 예복화됨에 따라 고무신에서 구두나 운동화를 주로 신게 되
었다. 요즘에 유행하는 ‘젤리슈즈’는 고무신의 일종으로 물속에 들어갈 때나 비 올 때 즐겨 신는 신이다. 50~60대 분들은
어릴 때 고무신으로 물고기 잡고, 고무신을 장난감 삼아 신나게 놀다가 고무신 한 짝을 잃어버려 부모님께 꾸중을 들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신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쓰임으로 우리의 삶과 함께 하고 있다 .
[월간 우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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