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는 땅이 좁은데 비해 인구가 많아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이 나라는 지난 200년 동안 자전거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애용해 왔으며 워낙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타는 탓인지 전 유럽에서 크로아티아와 함께 무릎 아래 하지장이 가장 긴 국민이 바로 이 네덜란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 나라에 존재하는 자전거는 총 2,280만대이며 한 사람이 연간 17억 4천만 킬로미터를 주파한다는 믿기 힘든 통계마저 있다. 또한 네덜란드에는 7,000 킬로미터에 달하는 자전거 도로가 별도로 만들어져 있고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자전거를위한 신호등이 따로 존재할 정도다.
올해 네덜란드가 발행한 6중의 우표는 희한하게도 자전거의 각 부위를 묘사하면서 실제 바로 그 부품의 재질을 우표인면에 아로새기는 신기한 기법을 동원했다. 즉 자전거 프레임(차체), 손잡이, 자전거에 부착된 종(bell), 바퀴의 외부 및 내부 등에 쓰이는 실제 재질들을 삽입한 형태의 것으로 우표의 천공이 없다면 우표가 아닌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는 작품이다. 도안가 잔더 플룩(Sander Plug)은 자전거 각 부위의 재질을 그대로 묘사하기로 하되 서로 비교가 될 수 있도록 약간의 부가적인 터치와 배색을 가미했다고 하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첫눈에 자전거우표라고 판독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인해 네덜란드 우표는 꽤 오래 전부터 ‘디자인 과잉’이라는 악평도 호평도 아닌 기이한 평가를 받아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