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은 지난 5월 2일 세기의 대결로 불리운 매니 파퀴아오(Manny Pacquiao)와 미국의 플로이드 메이웨더(Floyd Mayweather Jr.)와의 복싱 매치를 계기로 파퀴아오를 그린 우표 1종과 소형쉬트 1종을 경기 개시일에 맞추어 발행했다. 이 경기는 세계복싱기구(WBO), 세계복싱평의회(WBC) 및 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으로 치루어진 것으로서 오랫동안 복싱팬들이 기다려온 빅 매치로 장식됨에 따라 지겨울 정도로 매스컴의 사전 홍보가 이목을 끈 초호화 이벤트이기도 했다. 세계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파퀴아오는 올해 37세가 될 때까지 통산 57승(38KO) 2무 5패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메이웨더는 그간 파퀴아오를 피해 오기는 했지만(아니면 파퀴아오가 메이웨더를 피하는...) 47전 전승의 기록을 가진 희대의 복서로서 이 둘의 대결은 레너드-헤글러 대전 이후 가장 주목받는 경기가 되기에 충분한 배경이 있었다.

무패 전적의 메이웨더가 전형적인 아웃복서라면 파퀴아오는 극단적인 인파이터형으로 최근 들어 2패를 기록하는 등 사실상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해야 할 형편이지만 그가 그간 이룩한 놀라운 경기력 덕분에 미국의 Time지는 파퀴아오를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스포츠맨 10인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편 파퀴아오는 복싱스타일이나 사생활에서부터 망나니같은 메이웨더와는 전혀 딴판으로, 필리핀의 국민적 영웅이자 아시아 최고의 스포츠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면서 최근에는 기독교 세례를 받는 등 착실한 가장으로서의 이미지도 품게 되었다. 반면 메이웨더는 돈을 물처럼 쓰는 또다른 의미의 전형적인 악동으로, 세계 언론에서는 신발 한 켤레를 한 번 신고 버린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 부으면서 내심 파퀴아오에게 도덕적 우위를 확정짓는 노골적인 제스춰를 보이기도 했다.

하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이야기처럼 재미없는 아웃복싱으로 일관한 메이웨더가 졸전 끝에 12회 판정승으로 승리함에 따라 이 우표발행은 빛이 바래고 말았다. 대전료 약 2억 달러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가 6 대 4의 비율로 가져가게 된다고 하는데 결국은 진정한 파이팅보다 어설픈 돈잔치로 끝나고 말았다는 비난을 좀처럼 면키 어렵게 되었다. 필리핀은 2008년에도 당시 WBC 라이트급 David Diaz와의 대결을 기념하여 파퀴아오를 묘사한 우표 4종을 발행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