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캇트(Scott) 우표목록의 사이즈가 갑자기 커진 것은 1989년이었다. 이유는 전 세계에서 발행되는 우표 수가 점점 늘어난 데 기인했고 조그만 섬나라를 비롯, 신생 독립국들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우표발행 주체가 크게 증가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1988년까지는 좀 두껍다 하더라도 한 손에 들고 볼 수 있는 중형의 크기였지만 1989년판은 거의 전화번호부와 유사한 크기라 한 손으로는 도저히 펼쳐볼 수가 없는 크기였다. 이러한 경향은 해가 갈수록 강화되었으나 아무리 단권 목록의 분량이 늘더라도 책의 사이즈를 원래대로 유지한 것은 독일의 밋헬(Michel)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독일의 지역판은 점점 세분화되어 이제는 하나의 지역이 3권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이 다반사였으며 유럽 지역의 경우에는 모든 우표 세트의 이미지를 생략하지 않고 모두 수록하는 원칙으로 인해 전체 권수는 엄청나게 늘어나 버렸다. 네덜란드 우표상협회가 발간하는 네덜란드 우표목록 2025년판(NVPH Netherlands Stamp Catalogue 2025)은 처음으로 A4판으로 발간해 기존 사이즈의 거의 두 배 크기로 출간되었다. 일단 크기를 키워 놓으면 권당 페이지 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며 전체 권수가 갑자기 늘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2023년에 우취연합에서 처음으로 간행된 한국우표전문목록 역시 앞으로도 불어날 신발행 우표의 양을 생각해서 우문관과 대광사 등의 목록보다 한 둘레가 큰, ‘우표’지 사이즈로 채택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단 간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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