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한달도 남지 않았다. 선거일은 11월 3일인데, 당선인이 언제 확정될지 아직 알 수 없다. 개표 자체에도 시간이 걸리는데다 투표 결과를 놓고 불복하는 쪽이 재검표를 요구하게 되면 승자 확정은 더 늦어질 수 있다.
미국 대선의 투표 방법은 우편투표, 조기 현장투표, 선거 당일 현장투표로 나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는 우편투표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우편투표에 더 적극적이다. NBC 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8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우편투표를 하겠다는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중 11%였는데 바이든 후보 지지층 중에서는 47%나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는 사기”라며 패배 시 투표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내비쳐 왔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대선 TV토론에서도 “우편투표는 재앙”이라고 말한 뒤 “유권자들이 전국에서 수백만장의 투표용지를 보낸다. 투표용지가 쓰레기통에 처박힌 채 발견된다. 그 종이에 ‘도널드 트럼프’라 써 있다”며 우편투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드러냈다.
투표 종료 후 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인 페이스북과 구글 등 기업들은 대선 승자가 가려질 때까지 정치광고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광고를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선 당일 밤이나 이튿날 새벽에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 대선은 우표일보다 늦게 도착하는 우편투표가 워낙 많아 승자 확정까지 여러 날이 걸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대선)이 대법원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발언도 한 적 있다. 결과조작 논란이 벌어질 것에 대비해 양당 캠프는 예년보다 많은 수의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한다.
앞서 미국 연방우체국(USPS)은 우체통을 대거 철거하려다가 여론의 뭇매와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자 계획을 대선 후로 미룬 바 있다. USPS는 지난 7월 적자 감축을 이유로 각종 구조조정 조치를 단행했는데, 많은 시민이 우편투표를 막으려는 ‘선거 개입’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루이 드조이 연방우체국장은 물류 기업 경영자 출신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공화당의 거액 기부자이기도 하다. 드조이 국장은 올해 6월 자신이 취임하기 전부터 구조조정 조치들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주장했지만, 그야말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맨 상황이었다.
국내에서도 우체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1999년 4만895개이던 우체통은 지난해 기준 1만1800여개밖에 남지 않았다. 편지를 넣어두면 1년 후에 보내주는 ‘느린 우체통’, 경기 파주의 ‘이산가족 우체통’ 등 이색 우체통만이 명맥을 이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우정사업본부는 ‘희망우체통’을 만들어 코로나19로 지친 의료진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을 10월 16일부터 벌인다고 밝혔다. ‘희망으로 하나되어 힘내자’라는 응원 메시지의 초성을 따 ‘ㅎㅎㅎ’ 모양으로 제작한 우체통으로 28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시민의 응원 메시지를 받는다. 응원 메시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의료진에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