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명은 숲이 풍부한 지역에서 번성해 숲의 소멸과 함께 종말을 고했다.”
원생지대 탐험가 존 펄린이 그의 역작 <숲의 서사시>에서 한 말이다. 불행히도 숲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한반도는 1910년 전국토의 70%가량이 숲이었다. 불과 100여년 만에 52.18%(산림청 2016년 임업통계연보)로 줄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숲의 파괴 과정이다. 그 결과는 지구온난화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1912~2008년·기상청) 동안 연평균 기온이 1.7도 상승했다. 서울은 2.4도(1908~2007년) 올랐다. 건물 벽과 아스팔트, 자동차 배기가스 복사열이 열섬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약 100년 뒤의 한반도 기후는 어떻게 변할까.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증가한다면 2100년 한반도의 연 평균기온은 14도다. 이는 2000년 9.8도보다 무려 4.2도 오른 것인다. 이는 국립환경과학원이 2011년에 실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분석 결과다.
도시화와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도시의 허파’로 불리는 도시숲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열섬효과를 차단해 기온을 낮추는 거의 유일한 방안인 도시숲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도시숲은 국민의 휴양, 정서함양 및 체험활동 등을 위해 조성·관리하는 산림 및 수목이다. 여기에는 대도시 주변의 산, 명상숲, 산림공원, 가로수(숲) 등이 포함된다. 도시숲이 제공하는 혜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뜨거워진 도심의 열기를 식혀준다. 여름 한낮 숲속의 기온은 도심의 빌딩숲보다 3~7도 낮다. 맑은 물과 공기를 제공한다. 1㏊의 숲에서 내뿜는 산소는 매일 18명의 사람이 호흡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최소한 연간 45만 달러의 경제효과가 있다(영국 산림학자 파우 박사). 1ha의 숲은 연간 총 168㎏에 달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흡착 또는 흡수한다. 홍수도 예방한다. 나무뿌리가 말뚝·그물효과를 제공한다. 이 효과가 인공제방보다 훨씬 유용함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그루의 나무뿌리 총길이는 나뭇가지 총길이의 6000배나 된다. 그뿐이 아니다.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숲속에 들어가면 심리적 안정감과 친근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도시에 있는 나무 한 그루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국립산림과학연구원은 50년 된 나무 한 그루의 가치가 1억4000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느티나무 한 그루가 하루 동안 8시간 광합성을 할 경우 이산화탄소 2.5톤을 흡수하고 산소 1.8톤을 방출한다. 이는 7명이 1년 내내 마시는 산소량이다. 또 플라타너스(버즘나무) 한 그루가 하루에 15평 에어컨 8대를 5시간 동안 가동하는 효과를, 방풍용 나무는 건물의 난방비를 최고 30% 절감하는 효과를 각각 갖고 있다. 이는 한 예에 불과하다.
숲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도시숲은 1인당 평균 9.91㎡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 시민은 5.35㎡에 불과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최적 권장기준인 15㎡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정사업본부가 사회공헌사업으로 ‘우체국 도시숲’ 조성에 나섰다. 지난 10월 29일 서울 애오개역 쉼터에 1호를 준공한 데 이어 명동 회현역, 관악 신림동, 영등포 신림6동 등 3곳에 11월까지 추가로 준공할 예정이다. 이날 준공한 애오개역 우체국 도시숲은 수목, 꽃밭, 휴게시설 등을 새롭게 정비해 시민들이 오고가며 편히 쉴 수 있도록 조성됐다. 우정사업본부는 또 사단법인 ‘생명의 숲’, 지자체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체계적인 도시숲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마포구청,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우체국 도시숲에 미니 도서관을 설치해 시민들이 책과 함께 여가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