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신화에서 대지를 지배하는 여신의 이름은 '여와', 그리스 신화에서는 '데미테르여신'으로 부른다. 두 여신은 대지모신으로 곡식의 성장과 농경기술을 주관한다. 동서양 신화는 왜 한결같이 여성의 몸을 땅에 빗댄 것일까? 여성의 생리적인 특성, 즉 아기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과정이 대지에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거두는 과정과 흡사하다고 본 것이다. 여기 삶과 죽음이 영원한 한쌍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 있다. 19세기 오스트리아 화가 클림트의 '희망'이라는 그림이다. 클림트는 보석처럼 화려하고 장식적이며 에로티시즘이 물씬 풍기는 여인 초상화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 명성을 얻은 화가이다. 그런 그가 이례적으로 임신한 여인의 측면 초상을 그렸다. 한 임부가 배를 불룩 들이민 자세로 고요히 상념에 잠겨있다. 여인은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혹 그녀는 축복과 은혜의 선물인 태아와 내면의 대화를 속삭이는 것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