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우표란 우편요금이 인상되더라도 사용일 당시의 국내 기본통상우편요금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액면가격 표시를 하지 않고 발행하는 우표를 말한다. 중량이 5g 초과 25g 이하인 규격 우편물의 보통우편요금이 270원일 때 발행된 영원우표를 사두었다면 요금이 300원으로 오른 지금 부치더라도 30원의 추가 요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최근 세계 각국 우정은 영원우표를 즐겨 발행한다. 미국은 2011년부터 모든 기념우표를 영원우표로 발행할 정도다. 영원우표는 우표 발행기관으로서는 요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우표를 발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새 우표나 보조 우표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을 덜 수 있어 매력적이다. 우표 사용자 또한 우편요금이 오르더라도 추가 요금을 따로 낼 필요가 없는 등의 장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영원우표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1989년 영국에서 발행된 무액면(NVI) 여왕보통우표가 최초인 것으로 알려진다. 액면 대신 1종(1st)·2종(2nd)이라는 요금 종류만 표기했다. 미국에서는 1975년 크리스마스우표가 무액면으로 발행됐으나 진정한 영원우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2007년 발행된 ‘자유의 종’ 보통우표가 처음이다. 이 우표를 ‘forever stamp’라고 부르고 액면 대신 ‘forever’와 요금 종을 표시했다. 캐나다는 미국보다 1년 앞선 2006년부터 영원우표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영원우표를 ‘permanent stamp’라고 부르고 우표에도 액면 대신 ‘P’라는 이니셜을 표기한다. 영원우표는 만국우편연합(UPU)의 승인으로 1995년부터 국제우편에도 사용되고 있다.
2013년 3월 29일 추억의 인물 시리즈 우표 첫 번째 묶음을 처음 영원우표로 발행했다. 프로야구의 ‘영원한’ 전설로 불리는 장효조·최동원 선수를 ‘영원히’ 추억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표에는 액면 대신 ‘영원우표 국내규격 25g’이라고 표기했다. 당시 보통우표요금이 270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300원으로 올랐으니 장효조·최동원 영원우표를 산 사람은 그 사이에 장당 30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국내 두 번째 영원우표이자 추억의 인물 시리즈 우표 두 번째 묶음이 2014년 4월 9일 발행되었다. ‘영원한’ 민족시인 한용운·이육사·윤동주를 주인공으로 한 인물우표다. 우표에는 세 시인의 얼굴과 ‘님의 침묵’(한용운), ‘청포도’(이육사), ‘서시’(윤동주) 등 대표작 일부가 담겨 있다.
일제 강점기에 아름다운 모국어로 나라 잃은 민족의 울분을 달래고 희망을 불어넣었던 세 시인은 모두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것이 공통점이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창씨개명 반대, 조선인 학병 출정 반대 운동을 펴던 한용운은 1944년 광복을 앞두고 입적했다. 17번에 걸친 체포와 구금, 투옥 끝에 이육사는 1944년 베이징 주재 일본총영사관 감옥에서 40년 짧은 생을 마감했다. 윤동주도 1945년 2월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불과 만 27세의 나이로 옥사했다.
세 시인 모두 아쉽게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들이 남긴 시는 길이 애송되는 것도 공통점이다. 국민시인으로 여전히 살아 있다는 얘기다.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는 시, 그것이 시인을 영원우표로 영원히 추억케 하는 요소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