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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편지 쓰고 우표 붙여, 연말엔 내게 보내봐요
등록일 2021. 12. 31.
첨부파일 up20211231190126956.jpg

우표 뒷이야기 133. 편지 쓰고 우표 붙여, 연말엔 내게 보내봐요

   

세밑에는 편지를 쓰는 것이 좋다. 몇해 전 크리스마스 즈음, 동료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하려 서점에 들러 조그만 메시지 카드 몇장을 샀다. 색색의 양말도 골랐다. 팍팍했던 한해의 끝에, 좋았던 일을 돌이켜보고 감사의 말들을 쓰니 간만에 마음이 몽글해졌다. 만년필로 쓴 카드를 양말에 넣어두고 며칠을 설렜다.

  
  
2021 우체국문화전 그림 그리기 초등(저학년) 부문 대상 수상작 ‘시골 할머니의 희망 우체국’ / 우정사업본부
     
       
  

편지의 좋음을 떠올린 건 우체국의 올해 편지쓰기 공모전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다. 한동안 또 그것을 잊고 지냈다. 쓰는 즐거움도, 받는 즐거움도 요즘은 아주 귀하다.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보내면서 선물하기 기능에 딸린 작은 메시지 카드에 몇자 톡톡 집어넣는 정도, 아니면 e메일을 쓰는 게 전부가 됐다.

     

올해 편지쓰기 공모전의 주제는 ‘나에게 쓰는 편지’였다. 내가 나에게 편지를 써본 것은 2016년이 마지막이다. 경향신문사에 입사한 해였다. 인사팀에서는 신입사원 교육이 끝날 무렵 편지지와 봉투를 나눠주며 1년 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쓰라고 했다. 사회부 사건팀에 소속돼 정신없이 일하던 때에 편지를 받았다. 봉투를 열어보니 몇줄의 간결한 다짐이 적혀 있었다. 돌이켜보니 걱정한 것보다는 좋은 일이 많았다. 한편으론 ‘뭘 그렇게까지 걱정을 했니’ 싶다가도 ‘지금 겪는 어려움을 대강 예상은 했구나’ 안심이 됐다.

     

우체국 편지쓰기 공모전의 올해 수상작을 살펴보니 다들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잘 드러나 마음이 뭉클해졌다. 수능을 앞둔 열아홉 살 민정양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12년간 쉼 없이 달려온 민정이에게’(청소년 고등부 대상). 고민 끝에 ‘존경받는 특수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민정양은 자신에게 이렇게 썼다. “지금까지는 눈앞에 있는 입시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오면서 고생해온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격려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후회했어. 그래서 나중에 더 후회하지 않도록 나를 응원해주고 싶어. 너무 소중한 민정아! 지금까지 정말 수고했어. 박수받아도 마땅하고 힘들고 슬퍼도, 기쁘고 행복해도, 울어도 괜찮아. 너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괜찮아. 가끔은 너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의지하고 위로받으면서 힘냈으면 좋겠어.”

     

해님씨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웃는 것을 잊어버린 너에게’(일반 부문 대상). “해님아, 나는 오늘 모두가 휴가를 떠난 사무실에 남아 친구에게 ‘사는 게 지겹다, 무기력해!’라고 메시지를 보내놓은 후, 시장 한복판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좀처럼 봉합되지 않는 나의 삶을 돌아보게 됐어.”

     

해님씨는 10년 전쯤 대학 마지막 학기 수업에서 어느 노교수로부터 ‘5년 뒤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라’는 과제를 받은 적이 있다. ‘유치원생이냐’며 빈정거리다 친구가 사온 편지지에 편지를 써서 냈던 해님씨는 5년 후, 긴 투병생활 끝에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무렵 이 편지를 받는다. 편지 말미에는 점잖은 글씨체로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꿈은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 현실과 타협하는 직장인으로 주저앉아버린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는 30대 중반에 그는 우체국 직원으로부터 편지쓰기 공모전 안내문을 받고 다시 노트북을 연다. 올 연말에는 한번, 편지를 쓰고 우표를 붙여 내게 보내볼까.

  
출처 : 주간경향 우정이야기<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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