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네거리 교보빌딩 앞에 자그맣고 고색창연한 건물이 ‘고종 황제 즉위 40년 칭경 기념비전’이다. 1902년(광무 6)에 고종 황제의 등극(登極) 40돌을 기념하고, 보령(寶齡)이 망육순(望六旬)인 51세가 되어 기로소(耆老所)에 들어가게 된 일을 기리기 위해서 1903년 9월에 건립하였다.
  
    석비(石碑)는 귀부(龜趺), 비신(碑身), 이수(螭首) 등으로 이루어졌다. 귀부의 거북은 머리와 목, 발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는데, 등의 한가운데에는 비좌(碑座)가 낮게 조각되었고, 비좌 주변에는 넓게 펼친 연잎이 새겨져 있다. 몸돌인 비신 위에 얹은 이수는 몸돌보다 너비가 크고 높이도 아주 높아 자못 웅장하고 큰 느낌을 준다. 겉면에는 전체적으로 여러 무늬가 돋을새김 되었다. 곧 밑바닥에는 연꽃무늬를 새겼고, 앞면에는 가운데 아랫부분에 오얏꽃(李花) 무늬를 조각하였다. 그 양쪽에는 마주 보고 있는 두 마리 용이 돋을새김 되어 있다. 몸돌은 길고 네모난 모습인데, 대리석으로 만들었다. 귀부, 몸돌, 이수로 구성된 모습은 통일신라시대 이래의 전형적인 석비 양식이지만, 귀부와 이수에는 조선시대 독자적인 특징이 나타나 있다.
    몸돌 윗부분에 ‘대한제국이황제보령망육순어극사십년칭경기념비송(大韓帝國李皇帝寶齡望六旬御極四十年稱慶紀念碑頌)’이라고 쓴 전액(篆額)이 4면에 둘러 새겨져 있고, 아랫부분에 앞면과 뒷면에 서(序)와 송(頌)이 적혀 있다. 전액은 뒷날 순종 황제로 등극한 황태자가 썼고, 비문은 영의정 윤용선(尹容善, 1829~?)이 짓고 육군부장(陸軍副將) 민병석(閔丙奭, 1858~1940)이 썼다.
    비문의 서와 송에는 신민(臣民)의 간절한 소망에 부응하고 만국의 운회(運會)에 순응하여 원구(圜丘)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고 황제 자리에 오른 다음 천하를 소유한 칭호를 大韓(대한), 연호를 光武(광무)라고 한 일과 1902년이 황제가 등극한 지 40년이자 보령이 망육순이 되는 해여서 기로소에 입사하게 된 일을 기념하려고 비석을 세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비(碑) 를 보호하기 위해 지은 건물인 기념비전(紀念碑殿)은 앞면 3칸, 옆면 3칸의 건물이다. 건물은 2층의 받침돌 위에 자리하고 있는데, 8각으로 다듬은 높은 주춧돌 위에 기둥을 놓고서 창방(昌枋)과 평방(平枋)을 차례로 얹어 맞춘 다음, 3출목(三出目)의 공포를짜 올리고 4모 지붕을 받친 다포(多包)식 가구(架構)로 결구(結構)하였다. 입구인 3문(三門)은 남향이고, 돌로 세운 기둥 사이에는 보기 드물게 철문을 달아매었다. 문의 기둥에는 앞면에 식물무늬를 얕게 돋을새김 하였고, 윗부분에는 돌짐승을 하나씩 올려놓았다. 가운데 문 위에는 무지개 모양의 돌을 얹었는데, 그 가운데에 얕게 판 감실 안에는 ‘萬歲門’(‘만세문)이라 새겼다. 글자 바로 윗부분에는 난간을 받치는 연잎 모양의 동자기둥을 본떠 만든 받침을 놓고서 남향을 상징하는 주작(朱雀)을 놓았다. 아래층 받침돌의 4면에 두른 난간에도 방위에 따라 4신(四神, 현무·주작·청룡·백호)과 함께 십이지(十二支)에 해당하는 동물상을 배열하였다. 받침돌의 남쪽에는 도로의 기점(起點)이나 종점(終點), 경과지를 표시하는 도로원표(道路元標)가 놓여 있다.
  
    이 건물은 대한제국 시기에 건립된 여느 기념물 가운데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곧 이름을 기념비각(紀念碑閣)이 아닌 기념비전이라고 하여 품격을 높였다. 경복궁 근정전(勤政殿)이나 경회루(慶會樓), 원구단(圜丘壇) 등과 같이 받침돌을 높이 쌓고 돌난간을 두른 다음 방위에 맞추어 동물 조각을 배치하였다. 경복궁 쪽에 자리했던 기로소 위치를 고려하여 경복궁 광화문 앞 대로와 종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건립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통적인 조영(造營) 체제가 해체되기 직전인 20세기 초에 세워진 건물로, 덕수궁 안의 여러 건물과 더불어 대한제국 시기의 건물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연구 자료다.
  
    한국전쟁 때 방치되어 있던 것을 휴전 후인 1954년 비각을 보수하면서 일본인(古城梅溪)에게 팔렸던 만세문과 담장을 찾아다 가 복원하여 1979년에 옛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969년 사적 제171호로 지정되었다. 소재지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142-3이다.
  
    우리나라 최초 기념우표가 바로 光武(광무) 6년(1902년) 10월 18일(음력 9.17.) 발행된 ‘대황제폐하어극사십계경축’ 우표다. 이 우표는 우리나라 우표 중 유일하게 한글 표기가 없는 우표이기도 하다. 도안은 중앙의 遠遊冠(원유관, 왕이 아침 인사를 받으러 나올때 쓰는 왕관)을 중심으로 마름모꼴 네 귀퉁이에 李花(이화, 오얏꽃으로 자두꽃의 우리말)를 배치하였다.
    ‘PHILASEOUL 2023 서울우표전시회’를 기념하여 사용하는 기념일부인 디자인이 기념비를 보호하기 위한 기념비전과 그 앞에 있는 만세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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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