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천년 고찰, 마곡사(麻谷寺)는 충청남도 공주시 사곡면(寺谷面)에 있다. 태화산(泰華山) 동쪽 산허리에 자리 잡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본사(本寺)다.
‘春 麻谷, 秋 甲寺’란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봄볕에 생기가 움트는 마곡사 태화산은 나무와 봄꽃의 아름다움이 빼어나다. 돌다리 건너며 시원한 물소리에도 한 번 귀 기울여 볼만 한 곳이다.
마곡사는 640년(백제 무왕 41년) 중국 당나라에서 돌아온 신라 고승 자장율사(慈藏律師)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여러 차례 화재로 고려 명종(明宗) 때인 1172년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이 중수하고 범일(梵日) 대사가 재건하였다고 한다.
자장율사가 창건할 당시만 하더라도 30여 칸에 이르는 대사찰이었다. 현재는 대웅보전(大雄寶殿, 보물 제801호)을 비롯한 대광보전(大光寶殿, 보물 제802호), 영산전(보물 제800호), 사천왕상(보물), 해탈문(解脫門) 등의 전각들이 가람을 이루고 있다.
이 밖에도 도량의 성보(聖寶)로는 5층 석탑(보물 제799호)과 범종(梵鐘), 괘불탱(掛佛幀, 보물 제1260호), 목패(木牌), 세조가 타던 연(輦), 청동 향로가 있다. 감지금니묘법연화경(紺紙金泥妙法蓮華經) 제6권(보물 제270호)과 감지은니묘법연화경 제1권(보물 제269호)도 보존되어 있다.
마곡사에 들어서서 해탈문과 천왕문 사이에 왼쪽으로 담장을 둘러친 곳이 있다. 그곳에 오래된 전각이 있는데 이를 영산전이라 한다. ‘靈山殿’(영산전)은 조선시대 세조가 내린 사액(賜額) 현판이다. 그 앞으로는 누각 흥성루(興聖樓)가 있고, 그 옆으로 아담하게 ㄷ자 형의 전통건물이 있는데 이곳이 태화선원(泰華禪院)이다.
선원은 스님이 좌선 수행을 하는 곳으로 좌선방(坐禪房)이라고 불리며, 이곳에서 정진하는 스님을 수좌(首座)로 한다. 선원은 수행이 자율적인 대신 그 규율은 엄격하여 파계나 나태한 행위는 금지되고, 대중이 규약한 규칙을 엄하게 지키는데 이를 대중청규(大衆淸規)라 한다. 수행방법은 스스로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며, 초하루와 보름에 삭발식과 함께 조실(祖室) 또는 선지식(善知識)의 설법을 듣는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金九, 1876~1949) 선생이 1896년 일본인을 죽인 치하포(鵄河浦) 사건으로 잠시 머물다 간 곳으로도 유명하다. 생태농장에서 군왕대로 이어지는 ‘백범 솔바람 명상길’과 백범당(白凡堂)이 있다. 그 옆으로는 김구 선생이 해방 후 1946년 기념식수를 한 향나무가 자라고 있다.
마곡사는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와 함께 2018년 ‘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우정사업본부는 2023년 한국의 옛 건축(산사) 중 하나로 마곡사 대웅보전과 대광보전 그리고 5층 석탑을 우표에 담았다.
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을 때
不須胡亂行 어지러이 함부로 걸어선 안 되겠지
今日我行跡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가
遂作後人程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 터이니 /李亮淵(1771~1853)
백범 선생이 친필로 쓰고, 애송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