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꽃'으로 꼽히는 라플레시아는 열대우림 속 보물 중 하나이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시아 정글 깊은 곳에서만 자생하는 희귀한 꽃이다. 라플레시아는 화석이 없다. 이 식물은 약 4,600만년 전에 출현했으며 당시 숙주 식물로부터 대규모 유전자 도입을 겪기도 했다. 현재 라플레시아는 13-14종이 있다.
인도네시아 서수마트라 천연자원보호국은 '역대급' 라플레시아 꽃을 발견해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지름 1.11m로 "지금까지 기록된 크기 가운데 최고라며 단 일주일만 꽃이 피었다 시든다고 했다." 라플레시아 종은 작게는 지름 10cm부터 있으며 임신과 같은 오랜 발달 후에야 꽃을 피운다. 거대한 꽃을 피우기까지 1개월 이상 걸리지만 불과 며칠밖에 살지 못하고 일주일 안에 져버리고 만다. 이 때문에 활짝 핀 라플레시아를 보면 행운을 잡는다는 얘기까지 있고, 원주민들은 이 꽃이 출산한 임산부의 자궁수축에 효능이 있다고 믿어 약초로 쓴다고 한다.
우표에서 보는 것처럼 라플레시아 꽃에는 굵은 불가사리처럼 생긴 넓고 납작한 5개의 팔이 달려 있고, 꽃 한가운데 있는 원반 주변으로 두툼한 사발 같은 것이 안쪽을 향해 둘러싸고 있다. 지름 20cm 정도의 구멍을 통해 들여다보면 꽃 내부가 캄캄해 보인다. 그 속에는 기묘한 모양의 불그스름한 수상화서의 꽃밥에 끈적거리는 흰색 분비물이 묻어 있다. 그리고 붉은색이 강한 적갈색 원반에는 수백 개의 크림색 얼룩이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다.
라플레시아는 잎, 뿌리, 줄기가 없고 엽록소가 없어서 광합성도 불가능 하다. 하지만 꽃이 아주 잘 발달하여 속씨식물 중에서 가장 알아보기 쉬운 꽃을 가졌다. 살아 있는 동안 대부분을 숙주식물의 조직 내에 숨어 있는 가는 실 모양의 사상체로 보낸다. 길게는 10개월에 걸쳐 덩굴에 부풀어 오르는 것이 생긴 후 양배추 크기의 둥그스름한 꽃봉오리가 나타난다.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처럼 기묘하게 생긴 꽃이 숙주인 덩굴식물의 뿌리껍질을 뚫고 나오면 다섯 개의 두껍고 사마귀처럼 생긴 꽃잎이 펼쳐진다. 또한 어떤 꽃보다도 거대하지만 놀랍게도 이 꽃의 본체는 다른 식물에 기생해 자라 완전히 감추어져 있다. 거대한 기생식물인 이 꽃은 열대우림 속 포도과 식물의 덩굴 내부에서 살아간다. 다른 식물의 뿌리나 줄기에 기생한다. 꽃 아래에는 비늘조각 같은 포가 몇 개 있고 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영양기관이 있는데 이 영양기관은 실 같은 세포성 섬유들이 그물처럼 얽혀 있는 균사체의 일종으로 숙주식물의 형성층을 통해 퍼진다. 꽃눈은 숙주 안에서 발달하며 성숙하면 표면을 뚫고 나온다.
라플에시아는 죽은 동물이 썩는 듯 한 역한 냄새 때문에 '시체 꽃' 으로 불린다. 악취 같은 고약한 냄새를 풍겨 매개체인 파리를 유인한다. 암꽃과 수꽃이 분리되어 있어 검정파리가 꽃가루를 운반해주어야 한다. 일단 곤충이 다가오면 붉은색과 흰색이 뒤섞인 얼룩과 표면의 질감때문 커다란 동물 시체처럼 보인다. 썩은 고기로의 의태는 꽃의 거대증과 흔히 관련이 있으며, 이 커다란 꽃이 진화한 이유와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을 것이다. 꽃의 크기가 빠르게 커가는 동안 파리나 벌레를 통한 수분이 이루어진. 일종의 군비 확산 경쟁처럼 꽃이 크면 클수록 매력은 커지고 따라서 더 많은 곤충들이 라플레시아를 찾게 된다. 커다란 시체를 선호할 경우 특히 그렇다. 또한 서로 다른 종의 라플레시아가 같은 장소에서 교배의 위험 없이 공존하기 위한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