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식물들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고 은신처가 된다 동물들은 . 식물의 열매를 먹고 숲 곳곳을 다니면서 배설물을 눠서 식물을 널리 퍼지게 한다. 그리고 널리 퍼진 식물을 다시 먹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겨울철 산양 배변 자리의 배설물을 분석해보니 헛개나무 씨가 잔뜩 들어있었고 그 곳에서 봄철에 많은 헛개나무 싹이 돋아났다. 헛개나무 씨앗을 그냥 심으면 발아율이 0.8%에 정도이지만 산양의 배설물을 통했을 때 발아율이 48.3%이다. 그리고 배설물에서 씨앗만 꺼내어 심었을 때의 발아율 16.6%이다. 다시 말해 산양의 배설물에 헛개나무 씨앗을 그냥 두면 약 반 정도는 발아가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배설물 속에 영양분과 함께 어떤 분해 세균이 있는데, 이것이 헛개나무 씨앗 껍질을 더 빠르게 분해시킨다. 발아율이 좋은 이유는 배설물이 수분을 오래 간직하여 헛개나무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랄 모든 조건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헛개나무가 많은 곳은 우리나라에서 산양이 많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소처럼 커다랗고 순한 눈을 가지고 있고, 학술적으로도 소과에 속하는 산양은 일반적인 동물이나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해발 1,000미터 이상의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서식한다. 특히 서식지의기본 요건은 암벽지역이다. 산양이 절벽 위를 이동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비결은 말랑한 발바닥과 발굽. 발굽을 자유롭게 벌리거나 오므릴 수 있어 험한 산에서도 활동하기 좋도록 발달했다. 산양은 겨울철 양지바른 절벽이나 능선에서 되새김질을 하면서 한 곳에 배설을 한다. 염소와 비슷하나 더 큰 편이고 턱에 수염이 없다. 다리는 짧으며 체색은 전반적으로 회색이 두드러지고 등 쪽 중앙으로는 검은색 띠가 꼬리까지 이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암수 모두 뒤로 굽은 뿔이 있으며, 뿔의 밑 부분에 있는 고리 모양의 주름은 나이에 따라 늘어난다. 발굽은 험준한 산악 지형의 생활에 편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 아찔할 정도로 깎아지른 절벽도 미끄러짐 없이 잘 타고 다닌다.
산양은 한 번 서식처를 정하면 그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벗어나더라도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는 습성이 무척 강한 동물이다. 주로 신갈나무나 피나무 등을 먹고 살며 먹이가 부족할 때는 이끼류도 가리지 않는다. 다른 동물들처럼 9~10월에 짝짓기를 하여 다음 해 5~6월에 한두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수유 기간은 1개월 정도이고, 태어난 지 20일 남짓 지나면 어린 산양은 먹이활동을 시작한다. 어린 산양이 먹이활동을 시작하는 5~6월은 산의 모든 식물에서 잎이 돋아나 먹이가 가장 풍부할 때이다. 2~5개체가 작은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는 경우가 많으며, 낮에는 주로 안전한 바위 벼랑의 쉼터에서 되새김질을 하고 이른 아침과 저녁에 인접한 숲으로 옮겨 먹이활동을 하다 밤에는 바위 사이의 틈 또는 동굴의 보금자리로 돌아가 잠을 잔다. 산양은 200만년 전 지구상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산양은 태초의 모습을 현재까지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산양들은 자기 영역을 확실하게 정해 놓고 산다. 만약 자신의 영역에 다른 산양이 들어오면 짧고날카로운 뿔로 싸워서 쫓아낸다. 나뭇가지에 뿔을 가는 산양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뿔을 갈려는 목적과 함께 눈 밑에 있는 눈밑샘에서나오는 분비물을 나뭇가지에 묻히기 위해서이다. 이 분비물에서 나는 냄새는 '여기는 내 땅이니 아무도 침입하지 마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1950년대에는 태백산맥 줄기의 높은 산악지역에서 산양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산양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게 되는데 그 결정적인 이유는 한약재, 박제, 먹을거리 용도로 이루어진 무분별한 포획이다. 또한 1964년 3월과 1965년 2월 강원도 역에 내린 폭설로 무려 3,000개체가 죽었다고 한다. 그 많았던 산양의 개체수가 종 존속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감소하자 1968년에는 산양을 천연기념물로 제 217호와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Ⅰ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고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높은 산에 헛개나무를 심는 산양처럼 생물종다양성이 필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