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우체국 각 서비스 바로가기 우표포털 본문내용 바로가기 우표포털 하단 바로가기

한국우표포털서비스 K-stamp

  • 우표배움터

    • 우표의역사
    • 즐거운우표수집
  • 우표정보

    • 한국우표
    • 세계우표
  • 우표시장

    • 우표장터
    • 온라인 구매
    • 오프라인 구매
  • 우표문화체험

    • 우표박물관
    • 우표전시회
  • 우표로보는세상

    • 해외우취소식
    • 우편 130년
    • 우표 명작을 말하다
    • 우정이야기
    • 우표수집정보
    • 시간여행
    • 우표디자이너 인터뷰
    • 우표 뒷이야기
    • 대한민국 방방곡곡
    • 우정문화웹툰
  • 어린이 우표세상

    • 우표야놀자
    • 청소년 우표교실
    • 우정문화 동영상
    • 우표배경화면
  • 인기
우표스쿨 우표갤러리 우표 샵 우표박물관 우표로 보는 세상 쥬니어 스탬프

일화로 보는 우편 130년

일화로 보는 우편 130년 콘텐츠는 한국 우편에 대한 역사를 소소한 이야기로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일화로 보는 우편 130년
제목 예향에서 뿌리 내리고 있는 전남청의 편지쓰기운동
등록일 2014. 1. 3.
첨부파일 up20140103154341143.jpg
첨부파일
전남지방우정청이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큰일을 저질렀다. 2년 연속 실시한 거도적인 편지쓰기운동에서
작년의 42만 통에 이어 금년에는 81만 통을 올렸으니 속된 말로 사고를 친 것이 분명했다. 광주와 전남
지역을 무대로 한 편지쓰기운동에서 81만 통 올린 것이 뭐 그리 대수냐며 웃어넘길 수도 있으나, 그
지역의 인구가 300만 명 남짓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웃음을 그치게 될 것이다.
‘2013 예향남도 100만 편지쓰기운동’이라는, 이색적인 이름으로 전남청이 금년도 편지쓰기대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 10월 21일이었다. 그 날부터 11월 9일까지 3주 동안 ‘예향남도 100만 편지쓰기주간’을 설정하여
실시했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개인이나 단체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참여케 했다.
편지 받을 대상을 미리 정해 주지 않고 아무나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보내도록 했다. 대회에 참여하는
편지임을 알리기 위해 편지봉투나 엽서의 상단에 하트(♡) 모양을 그리고 우표를 붙여 발송하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20일 동안에 보낸 편지가 81만 통이었던 것이다.
2013년 3월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5100만 명이었다. 그 중에서 전남과 광주 지역의 인구는 337만 7000명
이었다. 광주ㆍ전남 지역의 인구가 차지한 비율은 전체의 6.6%에 불과했다. 그처럼 337만여 명의 인구가
참가하여 81만 통의 편지를 썼으니 24%에 해당하는 주민이 편지쓰기운동에 참여한 셈이었다. 아니, 7세
미만의 어린이와 60세 이상의 노인은 편지쓰기운동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친다면, 실질적으로 그
지역 주민의 32%가 편지쓰기운동에 참여한 셈이었다. 그처럼 주민의 3분의 1을 편지쓰기운동에 동원
했으니 성공한 운동임에 틀림없었다.
전남청이 ‘예향남도 100만 편지쓰기’라는 별난 제목으로 작년부터 편지쓰기운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은
청장 김병수의 아이디어였다. 2012년 2월 전남청장으로 부임한 김병수는 예향이라 자부하는 광주ㆍ전남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색다른 편지쓰기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전국편지쓰기대회는 우정사업본부
주최로 매년 5월에 실시하고 있으나, 그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편지쓰기대회를 구상했다. 그 지역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일종의 문화 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예향이라 자부하는 지역이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체신부 내지 우정사업본부에서 전개한 편지쓰기대회는 일정한 제목을 정해 놓고 그 제목에
따라 쓴 편지글 가운데 잘 쓴 글을 골라 상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는 그런 방식의 편지쓰기대회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편지란 자신이 다가가고 싶은 사람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로 써서 보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편지 쓰는 대상도 쓰는 사람이 골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편지글이 반드시 잘 쓴 글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잘 쓴 글이든 못 쓴 글이든 편지를
쓴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기에 가급적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편지를 쓰게
되면 마음이 열리게 마련이므로 되도록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마음에서 우러나는 글을 쓸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하고 싶었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것이 편지라 생각하기에 마음을 여는 편지를 쓰게 하고
싶었다. 또한 편지쓰기운동은 우정사업본부 내지 우체국의 사업 측면에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
했다. 그것은 일종의 문화운동이요 의식개혁운동이었다. 인터넷이며 SNS와 같은 사이버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청소년을 구출하자는 운동이요 빨리빨리문화에 취해 모든 것을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현대인을 구출하자는 운동이라 할 수 있었다.
전철이나 버스에 올라 주위를 살펴보자.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든 서 있는 사람이든, 남자든 여자든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열어 놓고 들여다보고 있다.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을 하거나 연속극을 보며
스마트폰 속에 빠져 있다. 심지어 사람의 왕래가 빈번한 길을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현대인은 바로 옆에 있는 이웃과 단절된 채 자신만의 감각의 세계에 빠져 살고 있는 것이다.
그처럼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 채 표피를 자극하는 감각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는 젊은이들을 그대로
방치할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자칫 모든 일에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저질 사회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처럼 이메일이나 SNS 문화의 역작용에 대한 반성으로 주창하고 나선 것이 편지쓰기운동이었다.
자신이 우체국 업무를 맡고 있는 책임자이기에 손쉽게 편지쓰기운동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메일과
SNS의 발달로 손으로 쓰는 편지가 설 땅을 잃고 있는 마당이기에 더욱 손편지를 강조하고 싶었다.
손편지와 문자 편지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편지쓰기운동을 전개하고
싶었다. 운 좋게도 예술의 고장에서 우체국 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가 되었기에 한바탕 펼쳐볼 만한
운동이라 생각했다.
“현미경으로 본다면, 손으로 쓰는 편지와 문자로 보내는 편지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요. 문자로
보낼 때는 그림의 조각 조각을 보낼 뿐 전체 그림이 안 그려집니다. 이에 비해 손편지는 완성된 그림을
그려 보내는 거죠. 때문에 편지를 받는 순간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됩니다. 상대방의 가슴을
파고드는 호소력이 있다고 할 수 있죠. 하얀 종이에 손으로 편지를 쓰게 되면 내 가슴 속에 담겨 있는
엄마 아빠를 건드리게 된다는 거죠.”
10월 21일 전남지방우정청은 광주우체국에서 ‘예향남도 100만 편지쓰기대회‘ 출범식을 가졌다.
전남청장 김병수가 편지쓰기운동에 착안한 것은 문자 편지에 대한 반발만은 아니었다. 그는 우체국의
조직문화 내지 철학 부재에 대한 반성에서 편지쓰기운동을 주창하고자 했다.
그가 보는, 우체국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철학의 부재였다. 우체국을 이끌어 가는 실무는
있는데, 그 실무를 뒷받침할 철학이 부족했다. 달리 표현한다면, 우체국이라는 조직은 있는데 그 조직을
이끌어 갈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구성원 개개인이 공감하는 조직문화가 갖춰져 있어야
그들이 가진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고, 그렇게 될 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따라서 새로운 우체국의 조직문화를 형성하여 구성원들의 역량을 극대화하자는
뜻에서 편지쓰기운동을 제창하기로 했던 것이다.
청장인 그가 ‘100만 편지쓰기대회’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자, 누구보다 먼저 우정청 실무자들이 반대했다. 100만 통이든 100만 명이든 100만이라는 목표가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었다. 종전의 예로 볼 때, 각급
학교의 문예 담당 교사를 열심히 찾아다니며 교섭한 끝에 끌어 모은 편지가 수천 통에 불과했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대였다. 그러나 그가 구상하는 편지쓰기운동은 차원이 달랐다. 편지쓰기는 그 운동의
취지로 볼 때 각급 학교의 문예 담당 교사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교육감이나 교육장 내지 교장선생님이
앞장서야 할 일이다. 편지쓰기는 인성교육과 창의교육의 표본이기에 누구보다 먼저 교육 책임자 자리에
있는 사람이 관심을 갖고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운동의 전개 방식 또한 체신청 실무자가 문예 담당 교사를 찾아가 밥을 사고 술을 사며 사정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역사회의 유지들이 솔선수범해 앞장서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광주ㆍ전남은 예향이라 자부하는 지역이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편지쓰기운동을 전개하기에 앞서 지역사회의 어른인 광주광역시장과 전남도지사, 광주광역시
교육감, 전남교육감을 만났다. 그리고 설득했다. “광주ㆍ전남이 예향이라는데 그 이름에 걸맞은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게 뭐가 있느냐? 편지쓰기운동을 전개해 보자. 우리나라 교육의 2대 목표인 창의교육과
인성교육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게 편지쓰기 아니냐. 이런 운동이야말로 예향이라 일컫는 광주ㆍ전남
지역이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이다. 우체국에서 앞장설 테니 각 기관에서 협조해 달라. 이것이 바로 SNS와
같은 사이버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젊은이들을 구할 수 있는 길이다.”
그들이 공감을 표시하자, 그들 4인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뒤이어 각 지역의 유지들로 100인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진위원의 선정은 우정청에서 직접 하지
않았다. 관내의 25개 관할국장에게 맡겼다. 지역사회에서 편지쓰기라는 문화운동에 앞장설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인사를 고르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을 고루 모실 수 있었다.
문화원장이나 교장, 교사, 대학교수는 물론 목사와 신부, 주지스님도 참여하고 시인이며 소설가 등
문필가도 여럿 참여했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신문사나 방송국 인사들도 자진 참여했기에 자연스럽게
홍보요원이 되기도 했다. 지역사회의 지도층인 그들이 앞장서 편지쓰기운동의 의의를 설명하고 참여를
권장했기에 편지쓰기대회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처럼 지역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앞장서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2012년 10월
22일부터 11월 10일까지 3주 동안에 실시한 편지쓰기대회에 참여한 편지가 무려 42만 통이나 되었다.
그 중에는 학생들이 쓴 편지가 18만 통으로 가장 많았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까지
고루 참가했다. 각 기관과 단체, 기업의 참가율도 높았다. 시청과 구청, 군청이 참가하고 경찰서가
참가했다. 소방서와 세무서, 교도소도 참가했다. 농협도 참가했다. 병원도 참가하고 군부대도 참가했다.
교회도 여러 지역에서 참가하고 성당도 참가했다. 절에서도 참가했다. 기업도 여럿 참가했다.
무려 1410개 기관과 단체에서 참가했고, 그들이 주고받은 편지가 42만 통이나 되었던 것이다.
그처럼 광주와 전남 일대의 각종 기관과 단체, 학교가 대부분 참가하여 일종의 지역 축제를 이루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앞장서고 각 고을의 유지들이 화답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2년도 편지쓰기대회를 통해 전남청장 김병수나 전남청 사람들이 얻은 가장 소중한 선물은 자신감
이었다.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서비스기관으로 권력과는 거리가 먼 우체국 사람으로서는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자신감이었다. 또한 우체국의 위상이 그렇게 올라갈 줄 몰랐다. 편지쓰기대회를
계기로 바깥 사람들이 우체국 이야기를 자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은근히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편지쓰기운동의 가치에 대해 재발견하게 되었고, 우체국 직원들의 역량에 대해 재발견하게 되었다.
자신감을 갖다 보니 부수적으로 얻은 것이 있었다. 우정사업본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우정청별
경영평가에서 전남청이 종합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전남청은 물론 현업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고
합심해 노력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금년에도 전남청이 편지쓰기운동으로 내건 제목은 ‘2013 예향남도 100만 편지쓰기’였다. 100만이라는
숫자는 목표라기보다 하나의 상징이기에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나, 아무튼 그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이미 작년 한 해 동안 경험한 바 있고 자신감마저 충만하기에 금년에는 보다 여유 있게 출발할 수 있었다.
우선 우정사업국 직원 4명으로 ‘우체국문화TF팀’이라는 이름의 전담팀을 구성하여 그들로 하여금 편지
쓰기대회 업무를 전담케 했다. 개막식과 시상식 등 각종 행사, 500여개나 되는 각종 기관, 단체, 기업 및
336개나 되는 각급 학교와의 연락, 120명으로 늘어난 추진위원들과의 연락, 매스컴을 통한 홍보, 각종
홍보물 제작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다.
10월 21일에 갖게 된 개막 잔치는 ‘우다방’으로 널리 알려진 광주우체국에서 벌였다. 광주 시내에서도
시민들의 왕래가 빈번한, 번화한 거리에 있는 데다 만남의 장소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장소여서 100인의
추진위원과 각 고을의 우체국장, 취재기자, 그리고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그 곳에서 개막의 테이프를
끊었다. 가수와 우체국 합창단이 ‘가을 편지’ 등을 부르며 분위기를 돋웠다. 참석자들은 즉석에서 편지를
써 우체통에 넣기도 했다. 거리에서는 미니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그처럼 전남청의 ‘2013 예향남도
100만 편지쓰기’는 광주 시민들의 거리 축제로 막을 올렸다.
김병수 청장(앞쪽 뒷모습)이 수상자들에게 상장을 수여했다.
광주 시민과 단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대회를 지원했다. 한 예로, 광주롯데백화점에서는 1층 정문에
고객이 편지를 쓸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놓고 1주일 동안 ‘고객과 함께하는 편지쓰기 문화운동’을
펼쳤다. ‘우다방’ 주변에 있는 카페나 음식점, 극장 등에서는 ‘우다방’에서 편지를 써서 부친 사람에게
요금의 10~20%를 할인해 줌으로써 편지쓰기운동을 지원했다.
상장도 푸짐하게 준비했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과 우정사업본부장이 주는 상외에도 광주광역시교육감이
10개, 전남교육감이 10개, 광주광역시장이 5개, 전남지사가 5개의 상장을 마련했다. 모두 그들 기관에서
상장을 준비하여 직접 수여했다. 학교 교사들은 교육감이 주는 상을, 기관 종사자들은 기관장이 주는
상을 선호하기에 수상자들에게는 매우 값진 상이 되었다.
11월 9일까지 3주간에 걸친 편지쓰기대회를 마감한 결과 그 동안 행사에 참여한 편지가 81만 통이나
되었다. 광주 지역이 전체의 45%인 36만 4000통이고 전남지역이 55%인 44만 6000통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93.8%나 증가한 숫자였으나, 목표치인 100만 통에는 미치지 못했다. 목표에는 미달했으나, 청장
김병수나 전남청 사람들은 통수에 연연하지 않았다. 100만이라는 숫자는 상징적인 구호에 불과했다.
이미 지역 주민의 3분의 1을 편지쓰기에 동원했으니 성공한 대회임에 틀림없었다. 굳이 100만 통을
채워야 한다면 1년만 더 기다리면 될 것이다. 이미 8부 능선에 다다랐으니 정상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지난 5월 한 달 동안 우정사업본부가 주최한 ‘2013 대한민국 편지쓰기대회’에 전국에서 응모한 편지는
14만 8926통이었다. 전남청이 거둔 실적의 5분의 1에도 채 미치지 못한 수치였다. 2012년에는 10만
8000여 통이었고, 2011년에는 12만 3600여통이었다. 금년도 실적이 예년에 비해 다소 향상된 것은
경북청의 실적이 전체의 43%인 6만 4347통으로 갑자기 치솟은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우정사업본부 주최로 실시한 전국 편지쓰기대회와 전남지방우정청이 주최한 지역 편지쓰기
대회의 응모 통수에 그처럼 차이가 난 이유는 뭘까?
그것은 한 마디로 주최자의 신념 내지 소신의 차이라 할 수 있다. 좀더 거창하게 표현한다면 철학의
차이라 할 수 있다. 편지쓰기가 왜 필요하며, 그 운동을 어떻게 전개해야 하느냐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
있고 없음에 따라 그만큼 차이가 났던 것이다.
21세기 초반을 달리고 있는 현대는 모든 것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사이버 시대이다. 모든
것을 감각에 의존하여 즉각적으로 처리하는 속도의 시대이다. 현대인이면 누구나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
폰으로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즉흥적으로 행동한다. 회사의 중요한 업무도 스마트폰으로 결정하기도
한다. 업무 처리 속도가 그만큼 빨라진 반면, 업무 처리 방식이 감각적이고 가벼워졌다고 할 수 있다.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는 현상이지만, 반드시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가 저장돼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보통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그 속에 들어 있는 정보가 시급함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 평범한 생활인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빨리빨리 생각하고 빨리빨리 결정해야 할 사항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일은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숱한 사람이 모인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 속에 빠져 있다는 것은
현대인들이 자기 자신을 상실한 채 기계문명에 빨려들고 있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일종의 현실도피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감각적인 삶을 살다 보면 주변에 대해 무관심하게 된다. 내 주변 사람을
잊고 내 주변 사회에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현실도피적인 인간이 될 수도 있다.
그처럼 타인과 단절된 생활을 할 때 필연적으로 따르는 문제가 소통 부재이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는 개인이나 집단 간에는
곧잘 갈등과 다툼이 일어난다. 정당 간에, 노사 간에, 종교 간에 갈등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 것도 소통
부재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나를 알리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주고받는 것이다. 편지를 쓰는 동안 나를 되돌아보고 상대방을 생각하며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멀리 떨어져 있거나 쉽게 만나기 어려운 상대와 의사를 소통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갈등과 다툼을 잠재우는 첫걸음이 바로 편지쓰기라 할 수 있다.
11월 26일 광주우체국에서 열린 ‘예향남도 편지쓰기 문화 확산을 위한 협약식’에서 김병수 청장(가운데)이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광주광역시교육청, 전라남도교육청 대표자들과 협약서에 서명하였다.
편지를 쓰는 방법으로는 펜으로 써서 우편으로 보내는 전통적인 편지 외에 이메일이 있고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문자 편지가 있다. 육필 편지와 문자 편지는 보내는 방식이 다른 만큼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서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메일이나 SNS가 감각에 의한, 즉흥적인 생각의 전달이라면
육필 편지는 오랫동안 갈고 다듬은 생각의 전달이라 할 수 있다. 청장 김병수의 말마따나 이메일이나
SNS가 그림의 한 조각에 불과한 것이라면 육필 편지는 완성된 한 폭의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손으로
쓰는 편지가 상대방과 의사 소통을 함에 있어 그만큼 소중하다 하겠다.
전남청은 그처럼 돈으로 따지기 어려운 매우 값진 행사를 2년 연속 실시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반응이
뜨거운 만큼 앞으로도 그 행사는 계속될 것이다. 더구나 전남청장은 지난 11월 26일 ‘100만 편지쓰기
보고대회’를 개최한 자리에서 광주직할시, 전라남도, 광주직할시교육청, 전라남도교육청 대표들과 ‘편지
쓰기 문화확산 업무협약(MOU)’를 체결했기에 그 행사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MOU의 주된 내용은 참여
기관은 매월 1인 1통 이상 편지를 쓰도록 하며, 교육 과정에 편지쓰기를 반영하기로 한 것이었다. 과연 그
약속이 실천으로 옮겨져 인정이 메마른 우리 사회에 훈풍을 불러일으킬지 지켜볼 만한 일이라 하겠다.
편지쓰기운동의 효과가 지역 주민들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떻든, 우정청이나 우체국은 사업을 하는
관청이니 만큼 수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편지쓰기대회를 통한 경제적인 득실은 어떠했을까?
수입과 지출에서 수입을 계산하는 것은 간단했다. 응모 통수가 81만 통이고 편지 한 통의 우편요금이
300원이므로 총 수입은 2억 4300만 원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엽서도 일부 들어 있으므로
수입은 2억 원으로 잡으면 넉넉할 것이다.
지출을 계산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았다. 전남청의 편지쓰기대회에는 유명인이 꽤 동원되었다. 소설가
한승원은 개막식에서 강연을 했고, 가수 수지와 방송인 로버트 할리는 홍보용 동영상에 출연했다. 가수
황규승은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지난해에는 양궁 선수 기보배가 추진위원 자격으로 개막식에
참석해 편지를 씀으로써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들의 이름값에 합당한 출연료를 지급
했다면 꽤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경비를 지출해야 할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2주간의 행사 기간 중에 TV와 라디오방송에서는 8회 보도
했고, 신문에서는 46회 보도했다. 광주일보나 무등일보 등 지역신문에 명사들이 기고한 칼럼이 10회나
되었다. 그처럼 유명 인사를 초청하고 매스컴을 통해 홍보하려면 적잖은 비용이 들게 마련이었다.
전남청은 그 모든 행사를 재능기부로 처리했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문화 행사이니 만큼 유명 인사들
에게 무료 봉사를 하도록 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소요된 예산은 수천만 원에 불과했다. 덕분에 우정
사업 세입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었다. 우정사업의 운영 주체인 우정사업본부의 입장에서 보면
전남청의 편지쓰기대회는 꿩 먹고 알 먹고였다.
경제적인 효과가 어떻고 지역 주민들의 호응도가 어떻든, 전남청의 편지쓰기운동은 시대를 역행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도 한다. 빨리빨리문화가 강조되는 사회에서 느리게 사는 사회로 되돌아가자는 것이요
디지털시대에서 아날로그시대로 되돌아가자고 외치는 격이어서, 시계 바늘을 과거로 되돌려 놓으려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렇다. 외침의 내용으로 보면 과거로 회귀하자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뜻은 전혀 다르다.
그것은 고도의 문명사회에서 그 동안 우리가 상실한 부분을 되찾자는 운동이다. 기계문명의 발달로
상실한 인간성을 되찾자는 운동이요 빨리빨리문화에 젖어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창의력을 북돋우자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첨단 문명의 이기에 취해 무분별하게 빨려 들어가는 자아를 되찾자는 운동이다.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갈등과 분쟁을 치유하는 방안으로 남을 배려하고 남과 소통하는 편지쓰기를
생활화하자는 것이다.
편지쓰기운동에 대한 청장 김병수의 생각은 보다 확고하고 그의 꿈은 보다 찬란하다. 그는 이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시킬, 부푼 꿈에 젖어 있다. 현대 문명에 새롭게 도전한다기
보다 잃어버린 부분을 보완한다는 의미가 크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편지쓰기운동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정한 소통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쟁을
치유하는 진정한 의미의 평화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갈등과 분쟁을 치유하는 방안으로도 권장할 만한 것이죠. 다행스럽게도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광주ㆍ전남 지역에서 그 가능성을 입증했기에 다른 지역에서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편지쓰기라는 게 얼마나 가치 있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인지 알게 된다면 우리 국민 모두가
흔쾌히 참여하리라 생각합니다.”
전남지방우정청장 김병수의 말이었다.

일화로 보는 우편 130년 이전글 다음글 보기
이전글 광복 후 최초로 개최한 체신문화전람회
다음글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 문위우표의 얄궂은 운명

기 발행된 모든 우표류(우표, 엽서, 원화, 우표책, 우표첩, 날짜도장)의 이미지 및 내용을 사용할 수 있으나, 이미지와 내용을 변경하여 사용시에는 우정사업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