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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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2. 9. 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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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슬픈 추억’의 꽃말을 가진 꽃이 있다. 결코, 만날 수 없는 애달픈 운명을 간직한 사랑의 꽃이다. 서로 그리워한다고 하여 이름 붙은 상사화와 꽃무릇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7~8월에 연한 홍자색 꽃이 피는 상사화(相思花)는 잎이 먼저 나오고 잎이 떨어진 후 꽃이 핀다. 반대로 꽃이 먼저 피었다가 나중에 잎이 나오는 꽃무릇(石蒜)은 일본이 원산지로 9~10월에 붉은색의 꽃이 만발한다. 꽃무릇은 꽃도 꽃이거니와 꽃잎 사이로 갈고리처럼 하늘을 향해 길게 솟은 수술이 인상적이다. 두 식물은 같은 수선화과이지만 색깔이나 모양이 다르고, 개화기가 다르다. 상사화는 여름꽃이고, 꽃무릇은 가을꽃이다. 1932년 16세의 꽃다운 나이에 기생 진향(眞水無香)은 함흥 영생고보 영어 교사인 시인 백석(白石, 1912~1996)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자야(子夜) 김영한(金英韓, 1916~1999)의 하룻밤 사랑은 마음만 간직한 채 죽는 날까지 홀로 산다. 집안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백석은 만주로 떠나 해방 후 북한에 남는다. 훗날 요정 대원각을 운영하여 많은 돈을 모은 자야는 법정(法頂, 1932~2010) 스님의 ‘무소유(無所有)’를 읽고 감명 받아 생애 가장 아름다운 회향(回向)으로 생각하고 대원각을 기증한다. 스님은 그녀의 법명 길상화를 따서 대원각을 ‘길상사(吉祥寺)’로 이름 짓고 시민의 열린 공간으로 다시 만든다. 천억을 기부하고도 그녀는 “천억이 그 사람(백석)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학계에 백석과 자야의 사랑에는 의구심이 있다. 봄의 시작은 봉은사 홍매화요, 가을의 시작은 길상사 꽃무릇이다. 백석과 자야의 슬픈 추억을 간직한 꽃무릇이 이즈음 길상사에 만발해 있다. 길상사에서는 마리아상을 닮은 관음상(마리아관음) 앞에서 성모송을 바치고, 양초를 올리며 천불교 신자의 기도소리가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다. 9월 중순, 이즈음 선홍빛 융단처럼 수놓은 고창 선운사와 영광 불갑사의 붉은 꽃무릇은 압권이다. 가을 단풍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기 앞선 정읍 내장산수목원의 꽃무릇도 가 볼 만하다. 꽃무릇이 우표에 담긴 것은 1992년이다. 자연환경 보존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환경 보존과 인간 양심의 정서 순화에 보탬이 되고자 우리 산야 곳곳에 숨 쉬고 있는 야생화를 담은 시리즈 제3집 우표로 닭의장풀, 제비동자꽃, 금새우난과 함께 꽃무릇을 우표에 담았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白石, 1937) 중에서 ------------------- * 출출이: ‘뱁새’의 방언, 마가리: ‘오막살이’의 방언 * 眞水無香: 깨끗한 물은 향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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