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플리카(모조품) 사진을 사용해 구설수에 올랐던 미국 ‘자유의 여신상’ 도안 우표가 이번에는 소송에 휘말렸다. 이 우표는 뉴욕 리버티 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아니라 라스베이거스 뉴욕-뉴욕카지노호텔 바깥에 설치된 레플리카를 도안으로 사용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가 된 바 있다.(2011년 5월 17일자 본란 ‘자유의 여신상 우표, 짝퉁이라도 좋다’ 참조)
최근 이 레플리카를 제작한 로버트 데이비슨이라는 조각가가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뒤늦게 미국 정부를 고소한 것이다.
2010년 12월 미국 우정청은 이 보통우표를 액면을 표시하지 않은 영원우표로 발행했다. 영원우표는 발행기관으로서는 우편요금이 바뀌더라도 새로운 우표를 발행하는 번거로움과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로서도 우편요금이 인상되더라도 추가 부담을 지지 않는 이점이 있어 각국 우정기관이 즐겨 발행하는 우표 형태다.
2007년 ‘자유의 종’ 보통우표를 시작으로 영원우표 발행을 시작한 미국 우정청은 2011년부터는 모든 기념우표를 영원우표로 발행하고 있을 정도다.
자유의 여신상 영원우표는 짝퉁 소동 덕분인지 더욱 인기를 끌었다. 이제까지 50억장이나 창구에서 팔렸다고 하니 우리 돈으로 2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미국 우정청은 사진을 잘못 사용한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우표의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실수가 우표 판매에 도움이 되는 현상을 은근히 즐긴 측면이 있다.
논란의 핵심은 우표 도안에 사용된 사진의 모델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다. 데이비슨은 자유의 여신상의 이미지를 딴 레플리카를 제작하기 전에 단 한 번도 뉴욕의 실물 여신상을 본 일이 없다고 한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레플리카가 실물의 모방이 아니라 자신의 창작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조각한 여신상이 뉴욕의 것보다 훨씬 동안(童顔)이고 섹시하다고 변호사를 통해 밝혔다. 그런 이미지가 우표 도안으로 채택하는 데 용이했을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름대로 내리기도 했다.
데이비슨이 우표 발행 3년이 다 되도록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이에 대해서는 비슷한 소송 사례의 결과를 기다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다름 아닌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도안 기념우표 저작권 소송이다.(2010년 4월 27일 본란 ‘조각작품 우표 저작권은 누구에게’ 참조)
2003년 7월 한국전쟁 종전 50주년을 기념해 미국 우정청이 제작한 액면가 37센트짜리 이 기념우표는 존 알리라는 사진작가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 사진을 도안으로 사용한 것으로 4800만장이 팔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뒤늦게 이를 안 기념비 조각가 프랭크 게일로드는 2006년 연방정부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걸었다.
7년간 연방청구법원과 항소법원을 오가며 진행된 이 소송은 지난해 9월 게일로드에게 68만5000 달러를 배상하라는 연방청구법원의 판결로 큰 획이 그어진 상태다. 데이비슨이 이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소송을 제기했다는 추정을 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자유의 여신상 영원우표는 한국전쟁 종전 50주년 기념우표보다 100배가 더 팔렸다. 소송 단위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미국 우정청은 소송에도 불구하고 50억장이나 팔린 이 영원우표 판매를 중지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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