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대한항공이 만든 기념품이 ‘항덕(항공 덕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퇴역한 대한항공 여객기를 분해해 여객기 동체 표면 일부를 잘라내 네임택으로 만든 것이다. 4000개를 내놨는데 출시 하루 만에 동이 났다.
조선비즈 기사를 보면 네임택 제작에 사용된 여객기는 1997년 3월 대한항공에 최초로 도입된 보잉 777-200ER 기종이었다고 한다. 주로 중장거리 노선에 투입돼 퇴역 직전에는 인천~김해 노선을 맡았고, 2019년 12월 18일 홍콩~인천 노선이 마지막 비행이었다. 23년간 운항 횟수는 총 1만6903회, 운항시간은 10만682시간에 달했다.
10만 시간 이상 비행한 뒤 퇴역한 여객기는 원래 제작사에 반납하거나 매각했다. 그런데 지난해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항공시장이 얼어붙어 비행기를 팔 데가 마땅치 않았다. 여객기를 분해해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이를 기념품으로 제작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기념품이 출시되자 고객들은 이 아이디어에 크게 호응했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몰에서 2700마일에 판매했는데 하루 만에 완판됐다. 주문 폭주로 서버가 마비되는 사태도 겪었다고 한다. 항공기 동체 자재를 그대로 살린 굿즈의 희소성이 고객들로 하여금 주머니를 열게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버려지는 제품에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해 새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업사이클링’의 좋은 사례가 되기도 했다.
하늘을 나는 기체에 대한 선망과 희소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항공기 우표를 모으는 사람들 마음도 이와 비슷할 것 같다.
우정사업본부(우본)는 항공산업의 발전을 기원하는 뜻에서 군용항공기 3종을 담은 기념우표 67만5000장을 발행했다고 3월 25일 밝혔다.
앞서 우본은 ‘한국의 항공기’ 기념우표 시리즈로 고정익 항공기(2019년)와 회전익 항공기 ‘수리온’의 파생기종(2020)을 발행한 바 있다. 이어 세 번째로 올해 군용항공기 우표를 발행하는 것이다.
우표에 담긴 ‘공중곡예기 T-50B(블랙이글)’는 T-50 고등훈련기를 기반으로 개발된 공중곡예기로 공군에 배치돼 고도의 비행 능력을 보여주는 기종이다. 2012년 영국 와딩턴 국제에어쇼에서 뛰어난 기동 능력으로 시범비행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기동헬기 KUH-1(수리온)’은 최초의 국산 기동헬기다. 자동비행조종장치(AFCS), 항법장치, 3차원 전자지도 등이 탑재돼 다양한 지형과 야간, 악천후에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상륙기동, 의무후송뿐만 아니라 경찰, 소방, 산림, 해경 헬기로도 활용된다.
‘군단무인기 RQ-101(송골매)’은 국내 최초로 개발된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다. 주·야간 영상 획득이 가능하고, 고해상도 영상감지기, 자동복귀기능, 원격조종기능 등이 탑재돼 효과적으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게 특징이다.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번 기념우표 발행을 통해 국산 항공기의 높은 기술력과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새겨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념우표는 가까운 우체국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우체국(www.epost.go.kr)에 신청하면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