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021년이 신축년 ‘소의 해’임을 이달 2일부터 판매 중인 우체국연하카드를 보고 알았다. ‘전진하는 희망의 소’라는 제목의 연하카드에는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소 한마리가 우아한 자태로 서 있다. 전통적으로 농가의 큰 일꾼이던 소는 성질이 유순하고 인내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소의 해는 ‘여유와 평화의 해’로도 불린다고 한다.
2020년은 여러모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많았다.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어떤 동물에서 유래했는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간이 야생동물이 살던 자연을 침범하면서 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잦아진 것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한다.
특정 동물에만 감염되던 병원체가 변형돼 사람에게까지 전염되어 발생하는 감염병을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하는데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 많은 감염병이 인수공통감염병에 해당한다. 사람 몸에서만 사는 병원체는 백신을 개발해 사람들이 면역을 획득하도록 하면 물리칠 수가 있는데 인수공통감염병은 박멸이 어렵다. 병원체가 계속해서 숙주를 바꿔가면서 살아남기 때문이다. 돌연변이가 일어나게 되면 대처는 더욱 어려워진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집중호우와 관련해 8월 7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기 안성, 강원 철원, 충북 충주·제천·음성, 충남 천안·아산 등 7개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앞으로 6개월간 집중 지원을 실시한다고 8월 10일 밝혔다. 대한적십자사와 전국재해구호협회 등 구호기관에서 특별재난지역으로 발송하는 구호우편물을 우체국이 무료로 배송한다.
천병철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미국의학원의 신종 감염병 발생 요인을 참고해 정리한 ‘신종 감염병이 최근 대두되는 요인들’을 보면, 가축이 대규모로 밀집된 가금류 농장이나 돼지농장은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출몰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기후변화 역시 신종 감염병 출현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강수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질병을 매개하는 모기와 진드기 서식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다 온도와 염분이 변하면 독성세균과 독소도 증가한다.
올여름 우리나라를 찾아온 최악의 장마는 기후변화를 몸소 실감케 했다. 54일간 지속된 장마는 평년의 두 배나 길었고,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의 1.5~2배에 이르렀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 6월 강릉에서는 한 시간 만에 50㎜가 넘는 비가 내려 일일 총 강수량이 210㎜를 넘긴 날이 있었는데, 이날은 109년 기상 관측 사상 최고로 많은 비가 내린 날로 기록됐다.
집중호우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던 전남 구례군에서는 많은 사람이 잊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강이 넘치면서 축사가 잠기자 물에 떠올라 지붕으로 피신한 소들이 물이 빠진 후에 오도 가도 못 하고 있었다. 절로 피신한 소들도 있었다. 소들은 축사의 축대가 무너지자 탈출해 3㎞가량 길을 따라가 해발 531m 높이의 사성암까지 갔다고 한다.
지붕 위의 소들은 구례군과 소방당국이 마취총과 중장비 등을 써서 구조했고, 한 마리는 새끼까지 낳았다. 하지만 후유증으로 얼마 못 가 폐사하고 말았다고 한다. 진작 물에 떠내려가거나 폐사한 소도 부지기수다. 자연과 동물을 착취의 대상으로만 대해온 대가를 인류와 짐승들이 다 같이 받고 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방법을, 아니, 인간이 벌인 이 모든 일을 이제라도 수습할 방법을 더 많이 논의할 수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