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의 화가 안견(安堅, ?~?)이 그린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한국 회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작으로, 현재 남아있는 안견의 유일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단순한 산수화가 아니다. 제목 그대로 ‘꿈속에서 도원을 유람한다’라는 뜻을 지니고, 인간이 품어온 이상향을 화폭 위에 펼쳐 놓은 작품이다.
도원(桃源)의 이야기는 중국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396)의 「도화원기」에서 비롯된 말로, 옛적 중국에서 길을 잃은 한 어부가 복숭아나무 숲에 이르러 그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갔다가 맞닥뜨린 꿈결 같은 이상향을 말한다. 세속을 떠난 별세계로 현실에는 닿을 수 없는 ‘다른 세계’다.
「몽유도원도」(견본담채, 38.6×106.2cm)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그림에 이어지는 당대 최고 서예가 안평대군(安平大君, 1418~1453)의 몽유도원기(夢遊桃源記)에 보인다. 세종대왕의 아들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박팽년(朴彭年, 1417~1456)과 함께 어느 산 아래에 다다르니, 봉우리가 우뚝 솟고 골짜기가 깊어 산세가 험준하고, 복사꽃 나무 수십 그루가 서 있었다. (중략) 골짜기에 들어서니 탁 트인 마을 사방에는 산들이 벽처럼 늘어섰고, 구름과 안개가 자욱했다. 멀고 가까운 곳에 있는 복숭아나무에는 햇빛이 얼비쳐 노을인 양 자욱하게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또 대나무 숲속 띠풀집 싸리문은 반쯤 열려있고, 토담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앞 개울가에는 조각배 한 척이 물결에 따라 흔들거리고 있어 그 정경이 마치 신선이 사는 듯했다. 돌아다보니, 최항(崔恒, 1409~1474), 신숙주(申叔舟, 1417~1475)도 있었다. 제각기 신발을 가다듬고서 언덕을 오르거니 내려가거니 하면서 두루 즐거워하던 중 홀연히 꿈에서 깨고 말았다’라는 꿈 이야기를 하자 안견이 3일 만에 완성한 그림이다.
그림은 가로로 긴 두루마리 형식이다. 속세, 속세와 무릉도원의 경계, 무릉도원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보는 이가 눈으로 따라가며 여행하는 듯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시작은 현실 세계다. 낮은 언덕과 고요한 물길,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다. 안견은 이 부분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그렸다.
중간 부분은 경계의 세계다. 기이한 봉우리가 솟아 있고, 커다란 절벽 사이로는 굽이치는 시내가 흐른다. 중간의 절벽에는 구불구불한 오솔길이 펼쳐지다가 동굴에서 사라진다. 비현실적인 세계가 숨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서부터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부감법(俯瞰法)으로 그림을 그렸다.
마지막은 무릉도원의 세계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강을 따라 안쪽으로 끌려 들어간다. 사라졌던 길이 폭포수 근처에서 다시 나타났다가, 폭포수 뒤로 마침내 안평대군이 보았다는 무릉도원이 나타난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복숭아 도원은 자욱한 안개와 구름에 덮여있다. 오른쪽에는 대나무 숲과 싸리문이 반쯤 열려 있는 띠풀집이 있는데, 그곳을 오가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이야말로 사람들이 그토록 찾고 싶어 하는 무릉도원임을 신비롭게 만든다.
그림이 맘에 들었던 안평대군은 직접 그림에 제목을 써서 두루마리의 앞에 써 붙였다. 성삼문, 박팽년, 신숙주, 박연, 김종서, 서거정, 정인지 등 21명의 문인에게는 찬시와 찬문을 써 붙이도록 했다. 그림과 함께 이들의 글, 시가 어우러진 두루마리는 그 길이가 20여 미터에 이른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이 그림을 바라보며 감회어린 안평대군은 제시(題詩) 한 수를 덧붙였다.
世間何處夢桃源 세상 어는 곳이 꿈에 본 도원인가
野服山冠尙宛然 시골 사람 옷차림이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着畵看來定好事 그림으로 두고 보니 참으로 좋을씨고
自多千載擬相傳 자부컨대 천 년을 넘어 전해지리라.
그의 예언은 맞아떨어져 500년이 훌쩍 넘은 오늘날에도 조선 최고의 걸작으로 남았다. 그러나 이 위대한 작품은 우리 땅에 없다. 일본 덴리(天理)대학에 소장돼 있다. 한국 미술사의 정수를 정작 우리 땅에서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꿈의 귀향을 간절히 염원한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 몽유도원도는 우리에게 묵묵히 말을 건넨다.
“너의 도원은 어디에 있는가”
우정사업본부는 2000년 밀레니엄 시리즈 일곱 번째 묶음의 조선 전기 유물로 몽유도원도를 우표에 담았다.
참고문헌 : 오주석,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1), 솔출판사, 2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