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사상은 오랜 옛날부터 우리 민족의 의식 속에 깊이 담겨 있다. 형체가 없는 무극(無極)에서 점차 만물을 생성시키는 태극(太極)의 형체로 나타나고, 다시 양(陽)과 음(陰)의 두 가지 기운이 갈라져 위로 하늘, 아래로 땅이 되어 천지(우주)가 창조되었다고 한다. 양(+)과 음(-)은 하늘(天)과 땅(地), 해(日)와 달(月), 위(上)와 아래(下), 남성(男)과 여성(女), 강함(强)과 유함(柔), 밝음(明)과 어두움(暗), 뜨거움과 차가움, 능동과 수동, 드러난 것과 숨긴 것을 뜻하기도 한다.
숫자(數)에서도 양의 수는 홀수 즉 기수(奇數)이고, 음의 수는 짝수 즉 우수(偶數)로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음의 수보다 양의 수를 상서(祥瑞)로운 수로 복되고 길하게 여겼다. 0·2·4·6·8의 우수보다는 1·3·5·7·9의 기수를 즐겨 사용하여, 이들 숫자가 달(月)과 날(日)에 두 번 겹치는 설날(1월 1일), 삼짇날(3월 3일), 단오(5월 5일), 칠석(7월 7일), 중양절(9월 9일)을 기운이 꽉 찬 날이라 하여 명절로 삼았다.
양의 수가 겹치는 날을 명절로 여기는 기수민속은 모두 중양(重陽, 重光)이라 할 수 있다. 그중 가장 큰 수인 ‘9(九)’는 양수 가운데서도 극양(極陽)으로 9가 겹치는 음력 9월 9일을 중양절(重陽節)이라 하고, 중구일(重九日)이라고도 한다. 숫자 ‘九’는 중국에서 장수를뜻하는 ‘久(구)’와 발음(jiǔ)이 같아서 중히 여기는 날이다. 삼짇날과 단오는 우리 고유의 명절이지만 중양절은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중양절에는 국화가 만개하는 시기이기에 선비들은 산에 올라 향도 좋고 몸에 좋은 국화주를 마시며 시를 읊거나 산수를 즐겼다. 가정에서는 국화로 화채를 만들어 먹거나 화전을 부쳐 먹기도 하고, 추수를 마무리하는 시기로 햇곡식을 준비하여 조상의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국화는 재래종인 감국(甘菊)이어야 향기도 좋고 오랫동안 싱싱하다.
음양사상의 바탕이 되는 태극은 우리나라 최초 우표로 郵征總局(우정총국)이 개국하던 1884년 11월 18일(음력 10월 1일) 발행한 두 종(5문, 10문)의 문위우표부터 소재가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를 문위(文位)우표라고 하는 것은 이때 발행된 우표의 액면이 당시 화폐 단위인 ‘文(문)’이었기 때문에 우취인(郵趣人)들 사이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884년 대조선국은 우정총국의 개국과 함께 5종의 우표를 발매할 예정이었으나, 일본 대장성인쇄국에 의뢰・제작한 5종의 우표 중 우정총국 개국일까지 5문과 10문 2종만 도착해 漢城(서울)과 濟物浦(인천) 사이에 오간 우편물에 사용되었다. 나머지 3종(25문, 50문,100문)은 같은 해 12월 4일 발발한 甲申政變(갑신정변)의 실패로 우정총국이 폐쇄된 후인 1885년 3월에 도착하여 미발행에 그치고 말았다. 늦게 도착한 우표는 당시 인천에서 활동하던 독일회사 世昌洋行(세창양행)에서 사 갔다고 한다.
우정사업본부에서는 2019년 8월에 우주 만물의 원리를 형상화하여 세계에서 가장 철학적인 국기로 평가받는 태극기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역사 속의 태극기’ 기념우표 16종을 발행하였다. 가장 최근에는 일반우표로 2019년 7월 국화인 무궁화(470원권)와 함께 380원권의 일반우표로 태극기를 디자인하였다.
음력 9월 9일, 올해 중양절은 10월 25일이다.
“若對黃花傾白酒 국화(黃花)를 마주 보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면
九秋何日不重陽“ 구추(九秋) 어느 날인들 중양이 아니랴.
- 古玉 鄭碏
-----------------
[참고문헌]
· 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 이상희,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3’, 2004, 넥서스BOOKs
· 은종호, ‘한국우취용어해설집’, 2018, (사)한국우취연합한국우편엽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