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버트 아인슈타인 박사는 생전에 “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겨우 4년을 버틸 수 있다”고 경고를 하였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이 말은, ‘전체 농작물의 대부분이 꽃가루받이를 통해 생산되는 만큼 벌의 멸종은 우리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인류가 자연생태계를 인간중심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식물의 생식기관인 꽃은 본능적 교태를 굉장히 많이 부린다. 꽃의 존재의 이유는 교태를 부리기 위함으로, 화려한 빛깔로 치장도 하고, 달콤한 향기까지 더하여, 벌과 나비 또는 바람을 불러들여 꽃가루받이를 하려는 유혹을 한다. 또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작물 가운데 71개 작물은 야생벌과 꿀벌의 꽃가루받이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급감하고 있는 현장을 3개월간 취재한 전문가들은 인터뷰에서 “지구 온난화가 꿀벌을 멸종시키는 주원인”이라고 말한다.

우리 인간들은 고대 이집트 시대 이래로 아예 꿀벌의 양봉을 통해 꿀을 대량으로 생산해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벌꿀 생산량은 매년 10여% 가량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수입산 벌꿀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벌의 존재는 꿀을 생산하는 생산자라는 점보다는, 식물의 꽃가루받이의 매개자 역할이 더 중요하고 크다. 꽃이 피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벌이 나타난다. 벌은 남극대륙을 제외하고 충매화 식물이 서식하는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벌은 꽃에서 꽃가루와 꿀을 채취하는 대가로 꽃의 꽃가루받이를 돕고 공생한다. 그리고 벌은 꽃가루와 꽃꿀을 먹이로 적응해 왔다. 이것들을 찾아서 꽃을 찾아오는 것이다. 벌은 이 꽃 저 꽃 부지런히 옮겨 다니며 열심히 꿀과 꽃가루를 모은다. 벌은 그렇게 모은 것의 일부는 생존을 위해서 자신이 먹고, 나머지는 애벌레와 겨울을 대비하여 벌집에 저장한다. 벌에게 꿀은 주된 에너지의 원천이고 꽃가루는 주된 영양소다.

대부분의 벌은 여러 종류의 꽃에서 꽃가루를 채취하지만, 일부는 한두 유형의 꽃에서만 꽃가루를 채취하기도 한다. 벌은 꽃의 자외선 문양, 향기 그리고 심지어는 전자기장을 통해 선호하는 꽃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벌은 일단 어느 한 꽃의 꽃꿀의 질과 꽃가루의 맛을 보고 유사한 꽃들을 계속 찾을지의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드문 경우긴 하지만, 특정한 종류의 식물은 특정한 종류의 벌의 의해서만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져, 그 특정한 벌이 멸종 위기에 처하면 그 식물도 부분적으로 멸종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다행히 특정한 벌이 찾는 특정한 식물들은 대체로 여러 유형의 식물들을 찾는 다른 벌들도 동시에 찾아오는 흔한 식물이라서 꽃가루받이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인간들은 생태계 서비스에 무관심하거나 자연에 아무런 고마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 자연의 혜택 중에서 꽃가루받이를 해주는 벌과 나비가 없으면 그 수많은 수정을 누가 할까?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처럼 농부들이 붓으로 꽃가루를 발라주는 일이 생긴다면, 농산물의 수확량 자체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도시인들은 엄청나게 비싼 값을 치뤄야 할 것이다. 탄소동화작용이 없다면 온실가스가 더욱 넘쳐 숨이 막힐 것이고, 늪이나 강 그리고 갯벌에서 이뤄지는 수질정화 작용이 없다면 인공정화 장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연의 신비로운 균형으로 인하여 인류가 받는 최대·최고의 생태적 편익이다.